EU, 연금등 혜택 줄이자 불만 폭발'복지정책 딜레마'

英·佛 등 재정적자 확대로 임금동결 등 공공지출 감축 나서
"지지층 반발 불구 나라빚 못 줄이면 경제위기 재발할 수도"

SetSectionName(); EU, 연금등 혜택 줄이자 불만 폭발'복지정책 딜레마' [글로벌 포커스]英·佛 등 재정적자 확대로 임금동결 등 공공지출 감축 나서"지지층 반발 불구 나라빚 못 줄이면 경제위기 재발할 수도" 김희원기자 heewk@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치솟는 재정적자와 공공부채로 인해 앞다퉈 경기 부양책을 철회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면서'복지 천국'이라는 부러움을 샀던 이들 국가의 사회 복지 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한편으로는 각종 복지 정책이 잇달아 축소되며 수혜자들의 불만이 폭발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이로 인해 국제 사회에 약속한 강력한 공공지출 축소 약속을 제대로 지키기 힘든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국제적인 신용평가사들도 오랫동안 복지에 길들여진 유럽민들의 반발로 각종 공공지출 감축안이 여의치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경제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전망아래 해당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하고 있다. EU 각국의 복지 축소는 이미 대륙 전반에서 나타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공산주의 치하에서"국가가 국민을 먹여야 한다"는 구호에 익숙한 헝가리 사회가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 금융을 받은 이후 변하는 모습을 전했다. 이에 따르면 76세 연금수혜자인 미할리 바이어씨는 허리 통증으로 56세에 은퇴한 이후 월 390달러의 연금과 무료 건강보험, 가스 보조금, 공공교통수단 무료 승차 등 부유한 유럽국가 연금 수혜자들도 부러워할 만한 각종 혜택을 누려 왔다. 하지만 경제 위기 이래 연금 재정에 구멍이 나면서 수도 부다페스트의 물가를 감당하기 힘든'삶의 질' 축소에 직면해 있다. 지난해 4월 등장한 새 정권이 육아보조금, 주택구입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삭감하는 대신 노동인력에 가담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쪽으로 선회, 고령의 바이어 씨로서는 혜택이 축소될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유럽 주요국인 프랑스ㆍ독일 ㆍ영국ㆍ스페인 등에서도 은퇴 연령이 상향되거나 조정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은 2012∼2019년 공공연금 대상자의 퇴직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키로 했고 영국도 정년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2045년까지 현행 65세에서 68세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스페인은 2013년부터 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기로 했고 노르웨이도 2025년까지 67세로 조정키로 했다. 정년이 60세로 유럽 대륙에서 가장 빠른 편인 프랑스도 연금 적자로 인해 연금 시스템 개선에 착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유럽 각국의 정부 입장에서는 강도 높은 복지 혜택은 여전히 정부의 채무 조정을 가로 막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유럽 재정위기의 근원지인 그리스의 경우 유로화 도입 이래 '강한 유로' 의 혜택을 만끽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국영기업 노동자 수를 25%나 늘렸다. 민간 부문의 경제 기여도는 낮은 반면 공공기관의 임금과 연금은 10년 동안 상향 흐름을 이어와 정부 적자가 증폭될 구조적 결함을 마련했다. 정부 지출 삭감에 국민이 익숙하지 못하다는 점이 현재 진행중인 그리스 내 각종 공공기관 파업과 시위 열풍의 근본 배경이다. 다음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은 이미 각종 재정적자 감축 정책이 국민들의 반발로 잇달아 무산된 바 있다. 스페인은 공무원임금동결과 정부 지출 축소로 지난해 11.4%에 달했던 GDP 대비 재정 적자를 오는 2013년까지 3% 내외로 개선하겠다고 국제사회에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이 같은 계획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고 보는 이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신용평가사 S&P 역시 재정적자가 오는 2013년까지 5% 이상에 머물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스페인의 경우 강력한 지방 분권 정책이 다른 나라들보다 재정적자 감소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사회 안전망을 통해 집행되는 공공 예산이 전체의 3/4에 달하고 중앙정부가 직접 관할할 수 있는 지출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관대한 사회복지 시스템을 자랑해 온 헝가리도 마찬가지다. 헝가리에서는 300만 연금 수혜자의 상당수가 법적 은퇴연령인 62세 이전에 은퇴한 상태로, 평균 은퇴연령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59.7세에 불과하다. 노동 인구 비율도 2007년 기준 57%로 OECD평균보다 10%나 낮다. 조지 바르카 K&H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직업을 구할 수 있느냐가 문제일 뿐 아니라 일할 의지가 있는가도 문제"라며 "일을 해봐야 사회 복지 수당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누가 일을 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관대한 복지정책은 호황기에 방만해진 각국 정권의 '도덕적 해이'에 기반하고 있기도 하다.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그리스의 예를 들며 "정부가 직업과 보조금을 국민에게 공급하며 이를 통해 표를 얻었다"며 "지출 삭감은 핵심 지지계층의 이탈을 의미하기에 쉽지 않은 선택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권이 공무원 수를 늘려 핵심 지지계층을 양산한 만큼 스스로 이를 허물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헝가리 야권도 다음달 선거에서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올해 예산 감축이 진행될 경우 유권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국유기업 노동자들이 여권을 외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난맥을 풀지 않을 경우 사회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회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정부 재정은 감소하고 복지 지출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연금 지급액은 또한 고령화와 함께 확대되기 마련이다. 1990년대 유럽 각국이 냉전시대 종식 이후 막대한 국방비를 사회 복지 재원으로 돌려왔지만 테러리즘의 공포가 증대하고 있는 현 국면에서의 가능한 선택은 아니다. 시위가 잇따르고 있는 포르투갈에서는 이달 초 50만 공무원을 대변하는 공무원 노조가 4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에 가세했다. 마누엘 카발호드 실바 일반노조연합 대표는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내핍 계획의 일부인 임금 동결과 지출 삭감을 풀지 못할 경우 시위가 더 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텔레그라프지는 "미국ㆍ영국ㆍ독일ㆍ프랑스ㆍ스페인 등이 경기 회복세에 상처를 입히지 않고 공적 채무를 삭감해야 하는 줄타기를 연출하고 있다"며 "채무 조정 국면에 있어 몇몇 정부는 불만 세력들을 양산하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결국 사회적 결속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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