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 게이트’가 내부 고발로부터 불거진 것이 알려지면서 대기업들이 직원 관리에 바짝 신경 쓰고 있다. 특히 인사팀은 최근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전직한 임직원들의 근황까지 파악하는 등 때 아니게 분주하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들은 ‘김재록 게이트’가 현대차그룹 내부고발자의 결정적 단서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지자 현직은 물론 퇴직ㆍ전직한 임직원 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요즘 같은 상황에서 자칫 내부고발이 나타날 경우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ㆍLG 등 대기업들은 우선 임직원 로열티(충성심)를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삼성은 현재 평균 한 달에 한번정도의 임직원 교육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또 성과분배 시스템을 확실하게 정착시켜 ‘1등 삼성’에 걸맞는 처우를 받는다는 점을 강조할 방침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임직원에 대한 로열티 부여의 첫번째는 보수가 아니겠냐”며 “PI(생산성장려금) PS(이익분배금) 등 체계화된 성과보상 시스템이 임직원들의 로열티를 높이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말했다. LG그룹은 최근 들어 인사팀에 한층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사장 직속 또는 업무ㆍ홍보 임원 지휘아래 있던 총무팀을 인사 담당 임원 소속으로 옮기며 임직원들에 대한 복리후생이 원스톱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기업 PR효과뿐 아니라 임직원에 대한 로열티 부여를 겨냥한 기업들의 이미지 광고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소비재가 아닌 중간재를 생산하는 포스코 등 철강업체의 기업 이미지 광고는 임직원들이 ‘좋은 기업에서 일한다’는 긍지를 높인다. 주요 대기업들은 퇴직임직원에 대한 관리도 철저히 하는 추세다. 최근 하이닉스반도체는 기업회생의 일등공신인 정형량 부사장이 일선에서 물러나자 고문역으로 위촉한다는 내부 계획을 마련중이다. 하이닉스에는 지금까지 고문자리가 없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 부사장에 대한 예우 차원도 있지만 정 부사장이 워낙 민감한 사안들을 다뤘던 만큼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섭섭하게 대우할 수 없어 고문자리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경우도 퇴직한 사장급 임원들에게 제공하던 각종 복지혜택(기본 급여 제공, 비서 및 사무실 차량 제공) 기간을 평균 2~3년에서 4~5년으로 늘렸다. 또 ‘성대회(星代會)’란 모임을 만들어 삼성 밖의 삼성의 역할을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LG도 전직 임원 모임인 ‘LG클럽’ 등의 원로들을 위해 서울 서초동 부호빌딩 2~5층을 제공, 그룹 차원에서 각종 비용과 필요한 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임원에 대한 관리는 전직 직원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기업 내부정보에 깊숙이 관여할 수밖에 없는 인사ㆍ재무 파트나 기술유출 가능성이 높은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해서는 별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셈. 실제로 삼성은 재무 파트 및 R&D 파트 전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계열사별 관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 한 임원은 “전직 임직원은 기업경영의 연결고리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라며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관리해야 한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