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정부 지급보장 문제를 두고 당정이 갈등을 빚고 있다. 새누리당은 만에 하나 국민연금이 고갈될 경우를 대비해 정부가 법률로 지급보장을 명문화하자는 입장인 반면 정부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그런 법은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관련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여야 합의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그대로 확정될 상황이었다. 지난해 가을에도 여야가 합의 처리하기로 국민 앞에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뒤늦게 딴죽을 거는 것은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모양새부터 볼썽사납다.
정부가 지급보장 명문화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가부채가 급증한다는 데 있다. 지난해 도입된 발생주의 회계기법을 적용하면 연금충당금 부채는 사실상 국가부채로 계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열린 당정청협의에서 청와대는 국가신용등급 강등까지 들먹였다고 한다. 하지만 회계기법상의 변화로 하루아침에 신용등급이 강등된다는 주장은 숫자놀음 따위로 국민을 위협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 지급을 국가가 존재하는 한 보장하는 것은 상식이다. 국민연금공단도 연금고갈 문제가 이슈화하자 국민적 불안감 해소 차원에서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고 누차 밝혔다. 묵시적 보장에서 명시적 보장으로 바꾼다고 해서 국가부채의 실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명시화에 반대한다면 국민연금 불신은 물론 연금 간 형평성 논란까지 가중시킬 우려도 크다. 공무원과 군인 같은 특수직역연금은 국민혈세로 부족분을 메우고 있는 상황인데도 국민연금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노후불안에 시달리는 국민의 염장을 지르는 일이다.
늘어나는 국가부채가 정 걱정된다면 나랏빚 관리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우리는 국민연금도 공무원ㆍ군인연금처럼 충당금 부채를 미리 계상해 국가부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진작부터 지적해왔다. 정부는 실효성이 없다고 할 것이 아니다. 회계장부에서 뺀다고 광의의 부채가 사라지나. 국민들을 그런 꼼수에 넘어갈 바보로 여기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