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체제 경제개혁의 시험무대인 상하이자유무역지대(FTZ)가 29일 출범식을 거쳐 다음달 1일 정식 가동된다. 상하이FTZ는 지난 1980년 덩샤오핑이 자본주의를 실험했던 선전특구에 비교돼 중국 5세대 지도부의 경제ㆍ정치개혁에 대한 상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상하이 푸둥공항 종합보세지역 등 상하이FTZ로 지정된 지역 입구는 아치형 현판과 각종 조형물을 설치하며 29일로 예정된 출범식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300여명만 초청된 출범식에는 리커창 총리와 중국공산당 및 정부 고위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경호상의 이유로 정확한 장소와 시간은 알려지고 있지 않다. 상하이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예상되는 출범식 장소와 시찰 장소에 이미 공안들이 출입통제를 시작했다.
이날 상하이시인민위원회는 FTZ의 관련조례 등을 통과시키고 29일 출범식에서 발표한다고 밝혔다. 출범식에서는 98개 항목의 조례 가운데 55개를 우선 발표하고 43개는 순차적으로 중앙정부와 협의해 발표할 예정이다.
불룸버그는 상하이FTZ가 덩샤오핑이 1980년 개혁개방 시대 선전에 자본주의 실험을 했던 것과 같이 덩샤오핑 후계자들의 또 다른 실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상하이FTZ는 시진핑ㆍ리커창이 이끄는 중국 5세대 지도부가 내세우는 경제ㆍ정치개혁의 1차 성적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스티븐 셩완 사운드홍콩리미티드(SHK) 투자전략가는 "덩샤오핑의 선전 실험을 모방하지만 성공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중요한 것은 이곳에 새 지도부의 정책 신뢰를 걸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제2의 개혁개방 시험대=상하이FTZ는 3월 리 총리가 상하이를 방문하며 추진구상을 밝힌 후 7월3일 국무원 의결을 거쳐 7개월 만에 문을 연다.
중국 내 첫 FTZ인 상하이FTZ는 와이가오차오보세구ㆍ와이가오차오보세물류원구ㆍ양산보세항구ㆍ푸둥종합보세구 등 4개 지역에 28.78㎢ 규모다. 외형적으로는 우선 상하이가 동북아 물류중심으로 확고한 위치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기준 1,000억달러에 달하는 보세 수출입 규모에 환적이 가능한 만큼 흩어져 있던 중국의 물동량이 상하이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상하이FTZ의 핵심은 무역ㆍ투자자유화와 금융국제화다. 상하이시는 기존 경제특구 등에 대한 세수 등 우대혜택보다 제도개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만큼 중국 경제개혁의 시험무대로 충분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자본과 외국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업을 개방하고 FTZ 내 외자은행과 중외합자은행 설립을 허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공상ㆍ건설ㆍ농업ㆍ중국 등 중국의 4개 국유은행과 시중은행들은 물론 스탠다드차타드ㆍHSBC 등 외국계 은행들이 분행 설립신청을 한 상태다. 아울러 위안화 자유태환으로 위안화의 해외투자 및 대출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신화통신은 "이 같은 상하이FTZ 내에서의 금융개방은 2000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에 버금갈 정도로 획기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폐쇄적 개혁 성공할까=상하이FTZ에 중국은 물론 해외 투자은행도 관심을 가지지만 과연 리 총리의 계획대로 경제개혁의 시험대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하이FTZ에 대해 "수사만 거창하고 디테일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폐쇄적인 개혁개방"이라고 꼬집었다. 사실 상하이FTZ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29일 발표되는 55개 조례에 금융 관련 규제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중화권 매체들은 "7월 국무원 회의에서도 난상토론을 벌였듯이 여전히 금융개혁 방안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며 "상하이FTZ의 핵심인 금융개혁 방안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KOTRA 상하이무역관의 김명진 박사도 "금융개방과 위안화 자유태환은 중국 당국이 아직 유보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플랜이 있다 해도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 내 이견으로 FTZ의 취지와 어긋나게 과도한 감독관리가 나타날 우려와 함께 지나치게 빠르게 풀어준 규제에 헤지펀드들이 활개를 칠 우려도 제기된다. FTZ 가동에 앞서 뛰고 있는 부동산 값도 문제다. 한꺼번에 기업과 은행들이 몰릴 것이란 예상에 FTZ 인근 가오차오 지역의 집값은 한달 만에 30%나 오르며 과열상태다.
◇한국ㆍ대만ㆍ홍콩과 경쟁=상하이FTZ 출범과 관련, 주변국들은 물류와 금융의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중국 내 환적이 되지 않아 반사이익을 봤던 부산항에는 어느 정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량 880만6,000개 중 432만4,000개가 환적화물이어서 상하이FTZ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형편이다. 전문가들은 당장 상하이FTZ가 통관ㆍ환적비용 측면의 지원을 한다면 부산항에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상하이FTZ로 가장 긴장하는 곳은 홍콩이다. 상하이FTZ가 계획대로 금융 시험대로 자리를 잡는다면 역외위안화 중심지로서 홍콩의 지위가 흔들리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대 부자인 리카싱 청쿵그룹 회장은 한 포럼에서 "상하이FTZ가 생각보다 빠르게 거대한 규모로 홍콩을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