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두 번째 주의 주요 이벤트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9일 열린다. 한은 금통위는 경제분야의 주요 관심사항 가운데 하나지만 요즘은 철저히 시장의 외면을 받고 있다. 경기둔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안정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점을 시장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사이에서 고민하며 기준금리(3.25%)를 7개월째 동결해왔다. 이번 달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1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3%대로 내려오면서 한시름 놓은 듯하지만 서울시 대중교통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에 다시 비상이 걸린 상태다. 교통요금 인상은 소비자물가를 0.8%포인트 가량 끌어올릴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경기지표인 12월 산업활동동향은 예상보다 부진했고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무역수지(1월)는 2년만에 적자(19억5,700만달러)를 기록했다. 물가불안은 여전한데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상태가 지속되면서 한은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사실상 하나(동결)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통위 하루 전날인 8일에는 소비자물가 선행지표인 1월 생산자물가가 발표된다. 5~6%대에서 고공 비행하던 생산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일단 4%대로 내려앉았지만 최근 이란 위기로 인해 다시 들썩이고 있다. 7일 정부의 경기인식을 보여주는 '그린북'도 한은의 금리 결정을 예측해볼 수 있는 참고사항이다.
4월 총선 전 마지막 임시회의를 여는 국회 움직임도 관심사다. 다수의 국회의원들은 마음이 '콩밭(선거)'에 가 있지만 선거구 획정, 디도스(DDoSㆍ분산서비스거부) 공격 사건 특검 법안, 미디어렙 법안, 조용환 헌법재판관 임명동의안 등 난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법상 산업자본으로 볼 수도 있지만, 산업자본은 아니다'는 애매모호한 결론으로 론스타에 면죄부를 준 금융당국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 여부도 체크 포인트다.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에 골몰하는 정당들이 민감한 사안들을 어떻게 정략적으로 이용하는지 냉정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권에서는 4대 금융지주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