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화설에 시달리던 블라디미르 푸틴(60) 러시아 대통령 부부가 마침내 이혼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사생활을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온 푸틴 대통령은 결혼 30주년을 2개월도 채 남겨두지 않고 돌연 이혼 소식을 발표했다. 앞서 2008년 당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2009년 당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에 이어 푸틴이 또다시 재임 기간에 파경을 맞으면서 세계 주요국 정상의 사생활이 새삼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이혼 발표는 6일(현지시간) 부인 류드밀라 푸틴(55)과 1년여 만에 공식석상에 부부 동반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이뤄졌다. 푸틴 부부는 이날 크렘린궁에서 발레 '에스메랄다' 공연을 함께 관람하며 모처럼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부부가 함께 공식석상에 나타난 건 지난해 5월7일 3선 취임식 이후 1년여 만이다.
그러나 공연 관람 후 푸틴 부부는 국영 러시아 24TV 카메라 앞에서 "우리는 갈라서기로 했으며 결혼생활은 끝났다"며 이혼을 발표했다. 러시아 지도자의 재임 중 이혼 발표는 1917년 공산혁명 이후 최초의 일이다. 두 사람은 지난 1983년 7월 결혼해 슬하에 두 딸을 두고 있다.
러시아 언론 RT는 "결혼한 3쌍 중 1쌍이 갈라설 정도로 높은 이혼율을 보이는 러시아 국민이지만 지도자의 이혼은 낯설다"고 전했다. 현지 사회학자인 올가 크리쉬타노브스카야는 "과거 200년 동안 어떤 러시아 지도자도 사생활을 대중에게 공개한 적이 없다"면서 "푸틴이 오랜 금기를 깼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배우자를 버렸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부부가 이혼을 공개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류드밀라는 부부의 이혼사유에 대해 "대중 앞에 서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비행기를 타는 것도 힘들었다"면서 "부부가 함께 결정한 '원만한 이혼(civilized divorce)'이며 우리는 영원히 가까운 사이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동안 세간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비밀리에 이혼한 후 재혼을 준비하고 있다는 루머가 도는 등 부부의 결혼생활이 원만하지 못하다는 보도가 끊이지 않았다. 앞서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푸틴이 30대부터 류드밀라를 상습적으로 구타하고 불륜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으며 4월에는 더 타임스가 "류드밀라가 수녀원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독일 일간 빌트도 푸틴이 옛 동독에서 혼외로 얻은 자식이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을 둘러싼 염문설도 끊임없이 나왔다. 2008년에는 푸틴이 31살 연하 미모의 올림픽 체조선수 출신 국회의원 알리나 카바예바와 결혼할 것이라는 루머가 불거졌다.
크리쉬타노브스카야는 "러시아인들이 지금 알고 싶은 건 푸틴의 재혼 여부"라면서 "그의 재혼은 많은 보수적 유권자를 실망시킬 것이고 독신으로 남는다면 최근 부진한 지지율 반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푸틴의 이혼을 계기로 각국 지도자의 사생활에 다시 한번 관심이 쏠린다. 당장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독일의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은 결혼이 아닌 동거생활을 하고 있어 '동거녀 영부인'을 놓고 의전상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는 미용사 출신의 팀 마티슨과 동거해 화제를 낳았다.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과 미첼 바첼렛 전 칠레 대통령은 독신 여성으로, 특히 바첼렛 전 대통령은 아이 셋 딸린 이혼녀로 자유분방한 연애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사르코지 대통령과 베를루스코니 총리 외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 등 주요국의 전직 지도자들이 재임 중 이혼한 푸틴의 선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