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법률시장의 양극화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지속되는 경기불황 탓에 고액 사건의 수가 많지 않은데다 이마저도 대형 로펌으로 몰리고 있어서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광장과 김앤장, 세종, 태평양, 화우(가나다순) 등 국내 5대 로펌은 올 들어 1조원에서 1조5,000억원 사이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조원가량으로 추정되는 국내 법률시장 전체 규모의 절반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전체 등록 변호사 수는 올해 11월 현재 1만6,368명인데 이 중 5대 로펌에 소속된 변호사는 1,621명으로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하다. 10%에 불과한 인력이 전체 시장 수익의 50%를 가져간 셈이다.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법률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로펌에서 가져가는 비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변호사들이 느끼는 수익 쏠림 현상은 더 크다. 서울 서초동에 개인사무실을 둔 한 변호사는 "많게는 70%를 웃도는 수익을 대형 로펌들이 얻어가는 구조로 파악하고 있다"며 "앞으로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퍼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중형 로펌의 한 변호사도 "변호사 수가 늘어 경쟁자는 많아지는데 파이(시장규모)는 안 커지니 '빈익빈 부익부'는 예고됐던 것 아니겠냐"라고 반문하면서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익 쏠림 현상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중형 로펌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 50명 이상의 변호사를 보유한 A로펌은 거의 해산 위기에 몰려 소속 대표 변호사들이 아예 다른 대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이러한 중형 로펌들의 위기는 시장의 '허리'가 위협 받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저소득 변호사' 수도 갈수록 늘어 지난해 변호사의 16.1%가량이 연 소득 2,400만원 이하를 신고해 한 달에 200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률시장 양극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경기불황이 꼽힌다. 예를 들자면 부동산 거래 관련 사건은 비교적 수임액이 커 좋은 수익원이 되는데 부동산 경기 불황으로 사건 자체가 급감해 변호사 수입의 감소로 직결되고 있다. 개인 변호사 사무실을 운영하다 최근 중형 로펌으로 자리를 옮긴 한 변호사는 "(부동산) 거래가 줄어드니 자문이나 관련 분쟁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웬만한 형사 사건까지 대형 로펌이 싹쓸이하는 구조도 시장 양극화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한 소형 로펌의 변호사는 "예전 같으면 대형 로펌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낮은 수임료의 사건도 대형 로펌이 가져가고 있다"며 "대형 로펌이 수임료를 낮춘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있지 않겠냐"라고 반문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법률서비스 비용을 따져볼 때 변호사 양극화는 소비자한테 불이익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시장 양극화 현상에 대해 국내 법률 시장이 한 번쯤 겪어야 할 진통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한 중형 로펌 소속 변호사는 "변호사는 더 이상 '초과 이익'을 얻는 직업군이 아닐 것"이라며 "양극화는 그동안 초과 이익을 얻어갔던 변호사가 사라지고 낮은 비용에라도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변호사 시대가 다가오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