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레르의 유럽축구 돋보기 <18>흔들리는 레알? 그래도 레알!

필자는 선수 시절 바르셀로나에서 뛰었고 지금도 바르셀로나 소속이다. 스페인에서 바르셀로나 팬들은 레알 마드리드를 좋아하지 않고 레알 마드리드 팬들도 바르셀로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선수들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필드 안에서의 경쟁과 라이벌 의식은 좋지만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뒤로는 축구를 공통 분모로 하는 동료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특히 정규 리그에서 출발이 좋지 못하다. 현재 1승1무2패(승점 4)로 20팀 중 12위다. 선두인 바르셀로나(4승ㆍ승점 12)와는 승점 차가 8점으로 벌어졌다. 유럽의 대표 명문이자 지난 시즌 우승팀의 성적치고는 신통치 못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4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축구 스타일은 원래도 그러했지만 조제 모리뉴 감독이 온 뒤로 완벽에 더 가까워졌다. 체격이 좋은 선수들과 기술이 좋은 선수들의 조화, 머뭇거리지 않고 직설적으로 골문으로 돌진하는 축구가 레알 마드리드의 팀 컬러다. 이러한 색깔을 앞세워 지난 시즌 우승을 일궜고 이적시장을 통해 기존의 색깔을 강화시켰다. 리그에서는 다소 주춤했지만 바르셀로나를 꺾은 슈퍼컵에서의 경기력, 유럽 챔피언스리그 맨체스터 시티전의 짜릿한 승리를 보면 역시 레알 마드리드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얼마 전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간판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팀 내 불화설로 분위기가 뒤숭숭했다. 리그에서의 부진을 두고 모리뉴 감독의 지도력이 바닥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니 더 부각돼 회자되는 얘기인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시즌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며 평가와 비난은 시즌이 끝날 때쯤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필자도 기자회견장에서의 무성의한 태도나 평소 언론을 대하는 모습들을 볼 때 모리뉴에게 호감이 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모리뉴에게 배웠던 선수들이나 축구계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지도력 면에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단연 최고다.

필자는 바르셀로나가 리그뿐 아니라 챔피언스리그, 스페인 국왕컵까지 싹쓸이하기를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레알 마드리드가 잡음에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 최상의 전력으로 경쟁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페페 세레르(대교바르셀로나 축구학교 총감독ㆍ바르셀로나 유스팀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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