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한 해운업체가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KIKO)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도 은행 측 과실을 다시 한 번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50부(수석부장 이동명)는 진양해운이 신한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통화옵션 파생상품 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계약의 남은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해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없다’며 기각 결정을 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최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던 모나미 사건에서와 마찬가지로 ‘은행 측이 설명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 사실상 은행 측 과실을 인정해 본안소송에서 키코 가입 기업들에 유리하게 적용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결정 이유에 대해 “계약잔여기간이 3개월에 불과하고, 이 기간동안 예상되는 거래손실은 당기순이익 규모에 비해 현저히 적은 금액”이라며 “효력을 정지하지 않아도 본안소송(민사 손배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은행으로부터 부당 이득금을 반환 받는 데 어려움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계약의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비록 가처분 신청은 기각됐지만, 재판부는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던 모나미 사건 때와 같이 “은행이 ‘적합성의 원칙 의무(거래 상대방의 재무상황, 거래의 목적, 상품에 대한 이해 정도 등에 비추어 그에게 적합하지 않다고 인정되는 거래를 권유해서는 안 될 의무)’과 ‘설명의무(거래구조, 잠재적 손실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등 거래 상 중요 사항을 거래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ㆍ고지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는 신의칙에 의한 계약 해제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법원이 키코판매 은행의 과실을 잇따라 인정함에 따라, 앞으로 은행을 상대로 한 피해 기업들의 대규모 손해 배상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같은 법원은 지난해 12월 30일 모나미와 디에스엘시디가 SC제일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키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며 '은행이 기업고객에 키코를 판매하면서 설명의무 등을 위반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