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부선(53)씨가 거주하는 서울 성동구 옥수동의 한 아파트 난방비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해당 아파트의 상당수 가구가 열량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이와 유사한 난방비 비리의혹이 있는 아파트가 더 있는 것으로 보고 관련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서울 성동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26일 "기계결함 문제 등의 여지가 남아 있어 섣불리 판단할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난방비가 여러 차례 0원이 나온 가구 중 일부는 열량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이 아파트의 난방비 비리 의혹이 일자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조사한 2007년 1월부터 2013년 3월까지의 동절기 27개월 치의 난방비 자료를 넘겨받아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이 아파트의 총 536가구 가운데 128가구가 27개월 동안 겨울철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그 중 6번 이상 난방비가 0원이 나온 가구도 10가구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이 가운데 총 11번에 걸쳐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도 있다.
이에 경찰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난방비 0원이 나온 10개 가구를 대상으로 방문조사를 실시했다. 또 해당 가구의 난방비 측정 기준이 되는 열량계를 국가기술표준원에 보내서 감정을 의뢰했다.
조사결과 일부 가구는 열량계의 단순한 기계적 결함이나 중앙난방 방식 자체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조작이라고 의심되는 가구가 상당수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경찰은 2회 이상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60개 가구에 대해서도 수사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경찰 조사과정 중 이와 유사한 아파트 난방비 비리 의혹을 추가적으로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김씨의 아파트 난방비리를 조사하던 중 김씨의 아파트와 동일한 중앙난방식이면서 각 가구가 열량계를 가지고 있는 시스템의 아파트 한 곳을 임의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 최근 3년 동절기 동안 난방비를 한 푼도 내지 않은 가구가 총 250∼260건에나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 경찰 관계자는 "실제로 이들 가구 중에는 집에 사람이 없었던 경우도 상당수 있었다"고 설명하면서도 "관련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