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이야기] 정 한 치어스 사장

주택가 위치… 밝고 탁 트인 매장 분위기…
"온가족이 함께 즐기는 생맥주 전문점 만들었죠"


경기도 분당 야탑동의 치어스(www.cheerskorea.com) 1호점을 찾는 고객은 건물 앞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리게 된다. 생맥주 전문점이라면 으레 화려한 네온사인 간판을 떠올리지만 건물 정면에는 조그마한 간판 2개가 전부다. 밤 9시를 조금 넘은 시간. 퀴퀴한 담배연기에 어두운 조명을 예상하고 매장을 들어섰지만 순간 멈칫했다. 밝은 조명에 탁 트인 공간에 간간히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까지 여지없이 패밀리 레스토랑 분위기다. 정한(40) 치어스 사장은 “술집이라기 보다는 가족들이 함께 식사와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형 맥주전문점을 만들고 싶어 주택가, 아파트 밀집지역에 주로 들어갔다”며 “창업주 입장에서도 점포세가 싸 부담이 덜할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99년 분당의 작은 치킨집으로 시작해 직영점 3개, 가맹점 80여개, 본사 연매출 100억원의 규모로 성장한 치어스의 성공은 정 사장의 인생스토리와 함께 한다. 정 사장은 “철없이 뛰어든 사업에 실패해 가족들마저 외면하는 상황에서 인천에서 노숙자로도 지내봤다”며 지난 15년을 거슬러 올라갔다. 정 사장은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유학까지 다녀온 뒤 94년 첫 사업으로 수입자재를 사용한 고급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사업확장에만 골몰한 나머지 미수공사 금액을 감당하지 못하고 2년만에 부도를 맞았다. 충격이 컸던 정 사장은 1년간 인천, 경기도를 떠돌며 노숙자 생활을 했다. 가족과도 인연을 끊었다. 치킨집 '대박' 밑천으로 2001년 창업
오후1시에 오픈해 주부고객들 끌어들여
본사서 주방장 파견 '웰빙안주' 즉석 선봬
가맹점 확대보다 본사 자체수익 확보 주력
어느날 술에 취해 하늘을 쳐다보다 “이게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부모님을 찾아가 5,000만원을 빌리고 분당에서 8평짜리 치킨집을 시작했다. 정 사장은 “치킨집이 쉬운 게 아닌 걸 그때 처음 알았다”며 “하루 종일 닭 튀기는 방법을 연구하고 혼자 메뉴를 개발하다 보니 지금은 닭에 질릴 정도” 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인 메뉴가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정 사장의 치킨집은 하루 매출 150만원이 넘는 대박 매장이 됐고 이를 밑천으로 2001년 분당 야탑동에 ‘치어스’라는 이름의 생맥주 전문점을 오픈했다. 치어스 오픈 이후 정 사장은 일반 맥주 전문점과는 다른 독특한 영업전략을 선보였다. 주택가 상권에 들어가며 매장 분위기를 환하게 만들고 오후 1시면 매장을 열어 주부 고객들을 끌어 들였다. “분당 주택가의 주부가 애들을 학교 보내고 집안 정리하고 수영장 갔다 오는 시간이 2시~3시쯤이라는 점에 착안해 1시에 문을 열어 영업을 준비했다”며 “지금도 치어스 매장에 주부들이 많은 이유가 그 때 단골손님들의 입소문 때문”이라고 정 사장은 말했다. 월 매출이 1억원을 넘을 정도로 장사가 잘되면서 가맹점을 내고 싶다는 요청도 잇따랐지만 당시 프랜차이즈는 상상도 하지 않았다. 단지 고객이 가맹점주가 돼 하나 둘씩 점포가 늘어났다. 치어스의 강점은 패스트푸드 음식이 주를 이루는 프랜차이즈 맥주전문점에 과감하게 웰빙트렌드를 도입한 것이다. 주방장을 본사에서 직접 파견해 매장에서 직접 요리한다. 경쟁 프랜차이즈 맥주전문점과 달리 신선한 안주를 바로 바로 고객에게 선보인다. 먹거리 프랜차이즈 창업자의 가장 큰 고민은 주방. 창업주가 직접하자니 매장 관리가 안되고 사람을 두자니 너무 자주 들고나가 주방은 먹거리 창업주의 가장 큰 골칫거리다. 정 사장은 “주방장의 월급은 물론 가맹점주가 부담을 하지만 주방장을 본사에서 직접 교육시키고 취업소개도 해 음식의 품질을 보장한다”면서 “이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주방에 신경을 쓰지 않고 매장 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치어스는 가맹점 주방에 문제가 있을 경우를 대비해 항상 본사 소속으로 4~7명의 주방장을 보유하고 있다. 정 사장은 가맹점 확대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맹점 확대를 통한 수수료를 본사의 수익으로 만드는 것과 달리 본사 스스로 수익원을 만드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정 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 수수료에만 의지하게 되면 가맹점 관리는 물론 서비스도 엉망이 된다”며 “치어스는 자체 물류망을 통해 본사가 수익을 확보하고 가맹점을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치어스는 지난해 3월 경기도 성남시 여수동에 있던 물류센터를 광주시 오포읍으로 확장 이전했다. 대형 냉동창고 2곳과 상온 저장실이 마련된 물류센터는 접근성이 용이하고 도로 여건이 원활해 위생적이고 신선한 제품을 매일 배송할 수 있다. 물류센터에서는 ‘치어스’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화된 소스와 신메뉴 개발은 물론 치어스 가맹점이 사용하는 식자재의 7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정 사장은 “식자재를 대량으로 사들이지만 현금결제를 통해 단가를 낮추춰 물류를 통한 영업이익률이 27%에 달한다”며 “이 정도면 본사 비용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무리한 출점으로 기존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화합도 치어스의 성공비결이다. 치어스는 프랜차이즈 업체로는 드물게 가맹점주 협의회를 본사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또 본사 직원들이 1주일에 2~3곳의 가맹점을 직접 방문해 신메뉴 개발, 서비스 개선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다. 임원들로 구성된 ‘매출부진 점포 클리닉’은 매출 부진의 원인과 해결책을 가맹점주와 함께 찾는 등 가맹점과의 상생경영에 공을 들이고 있다. 132㎡(40평) 기준으로 치어스의 창업비용은 8,500만원 선. 임차료는 경기도 지역 A급을 기준으로 5,000만~9,000만원, 서울은 7,000만~1억원 가량 든다. 다른 외식 프랜차이즈보다 넓은 공간을 확보하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드는 편이지만 본사의 체계화된 지원시스템으로 높은 이익률을 올리고 있다. 가맹점 월 평균 매출이 3,500만원이고 순수익은 30~35% 정도라는 게 정 사장의 설명이다. 정 사장은 “성공이라고 하기엔 아직 멀었다”며 “지금도 새벽에 물류센터로 출근해 오후에는 가맹점을 돌고 새벽 2~3시나 돼야 퇴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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