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노동조합은 운영비를 조합원들의 기부금에서 전적으로 충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자로부터 완전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
윌렘 빔 콕(72) 네덜란드 前 총리는 3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주최한 ‘28차 KF포럼’ 직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사용자가 노조 전임자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 것과 노조의 자주성은 연관이 있다는 뜻을 내비췄다.
빔 콕 전 총리는 국내에서 7월부터 타임오프제가 시행되고 있는 것과 관련, “최근 한국에서 노사관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기 때문에 말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네덜란드와 다른 대부분의 유럽국가 들을 보면, 노조의 운영비는 조합원들의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사용자가 내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서 노조가 근로자들의 교육이나 직업 훈련을 실시할 때 회사로부터 일정 부분 보조를 받는 부분이 있지만 통상적으로 노조 활동비와 운영비는 전적으로 노조원들이 낸 돈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빔 콕 전 총리는 1961년부터 25년간 네덜란드노총(NVV)에서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다가 1986년 이후 노동당 대표, 재무장관을 거쳐 1994년부터 2002년까지 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우리나라에는 현 노사정위원회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폴더 모델’을 유지․발전 시켜 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이날 포럼에서 “네덜란드는 2차 대전 직후 폐허가 된 국가를 재건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가 모든 사용자와 근로자가 정기적으로 모여 공동의 관심사에 논의하고 협상하는 대화 기구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 노사정 협상의 모태인 ‘폴더 모델(Polder Model’은 이후에도 1980년대 방만한 재정적자 확대, 높은 조세와 노동비용, 극심한 청년 실업률 등 경기침체로 인한 소위 ‘네덜란드병’을 고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빔 콕 전 총리는 “사용자 단체와 노동 단체는 서로 굉장히 다른 입장에 서 있지만 폴더 모델은 상대방 논리를 경청하고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사정 협상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개입보다는 노사가 동등한 입장에서 협의하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면서 “나 역시 총리 재직 시절 노사가 합의를 도출할 때까지 정부의 개입을 지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한국의 높은 청년 실업률의 해소 방안에 대해선 “단기적으론 청년들을 채용하는 기업들에 대해 일시적으로 보조금을 주는 방안이 있고, 장기적으로 직업 교육을 강화해 학교와 직장 간에 벌어진 틈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