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중국 경제] <7> 저무는 '메이드 인 차이나' 신화

첨단산업 문턱서 만난 경기 복병… 성장-개혁 균형점찾기 고심
고임금·위안화 강세 이어져 중국제품 수출 경쟁력 하락
내수확대서 돌파구 찾으려니 임금인상으로 기업부담 커져
개혁 가속-속도 조절 갈림길


지난 2007년 한국과 일본의 평범한 가정에서 한 달간 중국산 제품을 쓰지 않기에 도전한 다큐 프로그램이 화제가 됐었다. TV 등 가전제품은 물론 커피 한 잔 먹기도 힘들었다. 집안 물건 70~80%를 중국 제품이 점령한 상황에서 무모한 도전이었다. 2014년 '메이드 인 차이나 없이 살아보기'란 다큐를 다시 제작한다면 어떻게 변했을까. 큰 차이는 아니더라도 미묘한 변화를 느끼게 될 것이다. 집안 물건은 온통 중국산에서 인도·베트남·방글라데시·인도네시아 등의 제품이 하나둘씩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스마트폰·노트북 등 첨단제품에 메이드 인 차이나가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이 첨단산업의 중심이자 세계의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중국은 더 이상 값싼 제품의 생산기지가 아니다. 중국은 제품을 기획하고 시장을 창조한다. 메이드 인 차이나는 첨단산업과 미래산업으로 업그레이드됐다. 너무 빠른 변화 탓일까. 저가 제품 시장을 빼앗긴 중국은 성장둔화라는 복병을 만났다. 중국 정부는 신성장산업 전환과 그에 따른 산업 구조조정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지만 경기감속으로 애를 먹고 있다. 마이클 패티스 베이징대 교수는 "수많은 저소득 국가가 고성장 이후 따라온 경제구조 개혁을 버티지 못하고 탈락했다"며 "중국처럼 투자주도의 성장을 이룬 국가들은 예외 없이 부채 문제가 터지면서 성장률의 발목을 잡았다. 중국도 이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가격경쟁력 사라져=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저가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산 제품의 경쟁력은 사라졌다. 지난 5년간 미국이 수입한 중국산 제품은 전체 수입총액의 15%. 5년간 비중은 변동이 거의 없다. 유럽의 경우 지난해 중국산 제품의 수입비중이 16.5%로 2010년에 비해 2.5%포인트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임금상승과 위안화 강세가 이어지며 중국이 누려왔던 가격경쟁력이 베트남이나 방글라데시 등 동남아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앤드루 틸턴 골드만삭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수출에서 경쟁우위를 점하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수출은 2~3월 두 달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가격경쟁력이 사라지며 세계의 공장이라는 별칭도 인도 등에 넘겨줘야 할 판이다. 이미 보쉬·ITC·고드레 등 16개 글로벌 기업이 저임금과 노동력이 풍부한 인도로 생산기지를 이전했으며 중국의 완구업체 팔스플러스도 생산비 절감을 위해 인도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루피화의 하락, 싼 임금, 풍부한 노동력과 내수시장 등 인도가 가진 매력은 불과 5년 전까지 중국이 가졌던 매력이다.

◇내수확대의 딜레마=중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은 내수확대. 전문가들은 오는 2020년 중국의 중산층 인구가 전체 인구의 40%인 6억명으로 늘어나면 45조~50조위안의 소비를 창출하고 여기에 투자수요까지 더해지면 중국 내수시장은 100조위안(약 1경7,6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내수증가가 수출로 지나치게 기울어져 있는 성장의 불균형을 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수출과 내수의 국내총생산(GDP) 비중을 미국과 같이 73%까지 올릴 수는 없지만 지난해 36%였던 내수비중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내수확대의 관건인 '임금'이다. 내수확대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 채산성을 떨어뜨린다. 21일까지 9개 성에서 최저임금이 13%나 상승했다. 상하이시의 경우 월 최저임금이 1,820위안(약 31만8,500원), 톈진시 1,680위안, 베이징시가 1,560위안에 달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외국 기업들이 모여 있는 산둥성의 경우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9% 오른 1,500위안으로 5년 전(760위안)보다 100% 상승했다. 장위엔린 상하이전기 총경리는 경제참고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금인상과 함께 사회보험 등의 상승은 경기둔화에 시름하는 기업에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늘어나는 임금부담에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서 이미 발을 빼고 있다. HP·IBM·존슨앤존슨은 올해 중국 내 현지 인력을 감축하기로 했고 대만의 팍스콘은 지난해부터 신규채용을 중단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맨파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중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일자리는 임원진을 포함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25%나 감축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많은 규모다.

◇개혁과 성장의 조화=지난해 10월 마윈 알리바바 회장과 리수푸 지리자동차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리커창 총리는 '황금균형점'이라는 단어를 네 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13억 인구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경제개혁과 성장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개혁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득권의 이익을 건드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국 경제의 최대 과제는 리 총리가 말했듯 개혁과 성장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올 들어 중국 경기의 하강압박이 커지면서 중국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특히 개혁을 앞세워 성장전략 산업으로의 전환과 산업 구조조정을 적극 추진하고 그림자금융·지방채무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긴축기조를 유지하면서 과거와 같은 정부 주도의 성장전략은 힘을 잃었다.

반부패정책에 11%를 차지하는 사치품과 요식업의 소비가 급감하며 소매판매 증가율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출·고정자산투자 지표도 큰 폭으로 둔화됐다.

중국 정부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성장둔화를 개혁의 진통으로 여기고 경제개혁을 밀어붙일지, 아니면 속도조절에 나설지 결정을 내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