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사설/8월 28일] 에드워드 케네디, 진정한 협상가

파이낸셜타임스 8월 27일자

지난 25일 에드워드 케네디 미 상원의원이 타계하면서 정치 명문 케네디 가문의 1세대는 역사 속으로 퇴장했다. 그는 민주당의 진보이념을 상징하는 인물이면서도 지극히 보수적인 인사들에게도 타협을 얻어냈다는 점에서 미국 정치사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케네디는 가문의 역량과 함께 오랜 경험에서 비롯한 노련함, 그리고 최고의 정치인을 발탁해내는 능력 등에 힘입어 ‘위대한 입법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랑하고자 하는 그의 주요 정치적 업적들은 진보이념을 현실적인 수단으로 구현한 것들이다. 그는 1980년 당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지미 카터에게 패배, 이를 깨끗이 수락하면서 민주당의 원로 지도자로서의 위치를 굳혔다. 그는 1960년대 미국사회의 인권을 개선시킨 역사적인 ‘공민권(Civil Rights Act)’의 법제화에 기여하고 의료보험을 더욱 확대시키는 노력을 보이면서 민주당의 진보이념을 대표하는 인사가 됐다. 또한 그는 2004년 조지 W 부시 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반대 의사를 드러내고 부시 대통령과 참모진이 전쟁을 위해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골수 공화당 의원들도 케네디의 진보를 향한 열정을 막지 못했다. 그것은 그가 적과도 원만하게 타협을 이끌어내는 탁월한 협상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그의 협상능력은 상원의원 초기 시절부터 빛을 발해 1960년대 당시 린든 존슨 정부가 사회보장 강화를 위해 추진하던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프로그램의 의회통과를 위해 야당인 공화당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면서도 부시 정부와는 교육문제에서 협력했다. 케네디는 정치권의 초당적인 지지를 통해 의료보험 확대를 얻어내고자 평생 노력했지만 많은 부분이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1997년 어린이 의료보험의 보장범위 확장을 얻어낸 것은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의 죽음으로 버락 오바마 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안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은 모두 내부의견 충돌 등으로 위기를 겪고 있다. 두 당은 케네디로부터 ‘원칙을 고수해도 협상의 타결은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원칙을 구현하는 현실적인 수단을 갖춰야 한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