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밀물에 對中 '흑자 잔치' 끝물?

■ 한·중·일 무역편대 무너지나
중국산 부품소재 수입액 6년새 326% 급증
중저가는 中·고가품은 日에 주도권 빼앗겨
3국간 무역균형 파열음에 한국만 피해우려


“한ㆍ중ㆍ일 삼각 무역편대가 앞으로 2~3년간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해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지난 2005년 9월 재정경제부 보고서) 한국이 막대한 대일 무역 적자를 중국에서 만회하고 중국은 일본으로부터 흑자를 거두는 균형상태가 우리 경제의 안정감을 높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중국산 부품소재가 급증하면 이 같은 삼각 구조에 근본적인 파열음이 일 수밖에 없다. 대일 무역 적자가 만성화된 이유는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물건을 팔려면 핵심 부품이나 장비ㆍ소재는 일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중국과도 마찬가지다. 우리 수출이 증가할수록 일본 외에 중국으로부터 부품소재 수입도 급증하는 시스템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제2의 일본’으로 부상하는 중국=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최근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은 농산물ㆍ소비재를 수출하는 국가가 더 이상 아니다. 이들 수출은 90년대 말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가전ㆍ전기ㆍ음향기기ㆍ컴퓨터ㆍ방송통신설비부품 등 일부 부품소재의 경우 수출기로 전환됐다. 실제 우리의 대중 부품소재 수입액을 보면 가파른 증가세 그 자체다. 2000년에는 대중 부품소재 수입이 54억2,000만달러로 전체에서 7.7%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4년 130억4,000만달러로 첫 100억달러를 넘어선 뒤 지난해에는 231억2,000만달러(점유율 20.3%)를 기록했다. 2000년에 비해 금액 기준으로는 326%, 점유율로는 12.6%포인트 상승했다. 올 1~4월 현재 우리 수입시장에서 주요 부품소재 관련 품목의 점유율을 보면 매해 상승하면서 컴퓨터는 49.6%까지 도달했다. 철강판 43.2%, 반도체 12.6%, 무선통신기기 43.5%, 정전기기 36.7%, 선재봉강 및 철근 69.9%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중국산 부품소재가 일본산 추월=이 같은 추세를 감안할 때 늦어도 오는 2009년에는 부품소재 수입시장에서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1위로 부상한다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특히 전자, 전기기계, 화학물 및 화학 제품, 정밀기기, 수송기계 등 주요 5개 부문의 부품소재는 대중 수입 증가와 대일 수입 감소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수출을 위해 일본으로부터 부품소재를 주로 수입하면 됐으나 앞으로는 중국에까지 손을 벌려야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부품소재를 비롯해 여러 품목에서 중국이 수입 대체기를 벗어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위축될 가능성이 증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한ㆍ중ㆍ일 간 기술력 격차 때문에 ‘메이드인 재팬’은 대체로 건재한 가운데 중국산의 위력만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승신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주요 부품 산업에서 중저가 범용 제품은 중국으로, 고가ㆍ핵심 제품은 일본으로 주도권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한국 부품소재 수입의 대일 의존도는 2001년 이후 25~28%에서 큰 변동이 없는 상태다. ◇붕괴되는 한ㆍ중ㆍ일 삼각 무역편대=이 때문에 부품소재를 토대로 형성된 ‘한ㆍ중ㆍ일 삼각 무역편대’도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중국은 한국은 물론 일본에 대한 무역 적자 규모도 줄이고 있다. 중국의 대일 무역 적자는 올 1~4월 90억달러로 이런 추세라면 지난해(240억달러) 수준이거나 소폭 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의 경우 대중 무역 흑자는 줄어든 반면 대일 무역 적자는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 삼국 간 무역균형에 금이 가는 와중에 한국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배재수 한국은행 국제무역팀장은 “중국의 부품소재 산업의 급성장으로 우리 수출업자들도 구매선을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꾸고 있다”며 “지금은 대중 무역 흑자가 많아 당장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대일 적자는 늘고 대중국 흑자는 줄고 있어 관련 대책이 필요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승신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기술 격차를 벌리고 일본과는 줄이는 한편 부품소재 분야에서 중국 내수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며 “중국과 무역수지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제조업 분야 외에 환경ㆍ에너지 등 신산업, 서비스 산업 등의 진출 전략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