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개편안 공천폐지 여부부터 결정해야

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과 의회에 대한 정당공천제를 대부분 유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기초단체장 후보를 뽑을 때 상향식 정당공천제를 시행하고 특별·광역시 구(區)의회를 시의회에 통폐합한다는 내용이다. 하나같이 타당성을 갖고 있다. 당 차원의 최종 결론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수순이 틀렸다는 점이다. 상향식 공천제는 선거를 앞두면 거론되는 단골 메뉴일 정도로 공감대를 갖고 있으나 정당공천제 폐지 공약 이행에 대한 입장 정리가 먼저다. 더욱이 향후 12년간 세 차례 지방선거에서 정당공천제를 한시적으로 폐지하고 부작용을 검토해 보완하자는 당 정치쇄신특위안과도 상충된다. 민주당도 정당공천 폐지 요구를 피하기 위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교육감·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제 도입안도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있지만 '교육은 정치중립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원칙에 위배된다는 의견이 있는 만큼 합의가 쉽지 않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책임정치·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지방 토호세력에게 유리해 신인·여성의 진출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리가 있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는 정당의 책임정치 구현, 공직 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 등을 이유로 지난 1995년 단체장, 2006년 기초의원에 도입됐다. 하지만 중앙당과 국회의원들의 공천권 행사로 지방이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지방자치제의 근간이 위협 받는 등 역기능이 만만찮았다.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에서 이를 먼저 공약한 것도, 민주당이 나중에 당원투표를 통해 폐지를 결정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런데도 선거를 앞둔 지금 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새 방안을 들고 나온 것은 부자연스럽다. 이전의 약속은 접고 새로운 약속을 만들자면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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