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재보선 연합공천, 지역주의로 후퇴

“새로운 정치문화 창출을 기대하면서 신당 진영에 동참했는데 결국은 지역주의나 기득권 나눠먹기로 후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신당 추진을 위해 열린우리당을 탈당했던 한 초선의원의 탄식이다. 구여권이 추진 중인 4ㆍ25 재보궐선거 연합공천 움직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열린우리당과 통합신당모임ㆍ민주당ㆍ국민중심당이 연합공천을 통해 재보궐선거 후보를 단일화려는 방식이 지역감정에 기대거나 지역구를 나눠먹는 과거의 구태와 달라진 게 없다는 게 그 요지다. 그의 지적은 단순히 기우에 그치지 않는다. 연합공천 성사는 알 수 없지만 일단 구여권은 심대평 국민중심당 대표를 대전 서구 을 지역의 후보로 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전남 신안ㆍ무안 지역에 대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차남 김홍업씨를 단일후보로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설령 김씨가 연합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더라도 민주당이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아 사실상 구여권의 단일후보로 만들어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떠돈다. 이쯤 되면 누가 봐도 충청도와 호남 지역의 지역감정을 고려한 안배라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더구나 김씨는 지난 2002년 이권청탁의 대가로 2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됐던 인물이다. 구여권이 단순히 호남권 민심에 편승하고자 범법자를 단일후보로 추대하려 한다면 여론의 역풍으로 오히려 지지율은 더욱 하락할 것이다. 각료의 인사에 대해서는 사생활까지 들춰내 흠결을 잡아내던 정치권이 금배지 후보감에게는 유독 관대하다는 비난을 받아서는 안 된다. 연합공천을 통한 정당들의 후보 단일화는 그 자체만으로도 유권자들에게서 선택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합공천이 불가피하다면 최소한 연합공천의 방식이나 후보선정 과정이 투명하고 공정해야 한다. 이번 연합공천은 구여권의 중도개혁세력이 정계개편을 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공정한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만약 이를 지키지 못한다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아 중도개혁세력의 통합은 물론 대선 승리도 좌초되는 소탐대실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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