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으로 캐피털사들의 가계신용대출이 총자산의 10~20%까지 제한될 것으로 예고되자 신용대출 축소가 불가피한 일부 여전사들이 리스 자산 확대로 방향을 틀고 있다. 법 개정 취지는 여전사의 가계신용대출 확대를 막고 벤처캐피털에 대한 대출을 늘리자는 것인데 일부 여전사들은 신용대출자산 축소를 막기 위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리스 자산을 확대하고 있는 양상이다. 법 개정 취지 자체가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3일 금융계에 따르면 개인신용대출을 다량 취급하고 있는 롯데캐피탈 등 일부 여전사들이 최근 들어 급격하게 리스 자산을 불렸다. 롯데캐피탈의 지난 10월 한 달간 리스 취급실적은 약 400억원으로 실적이 미미했던 전년 동기 대비 급격히 성장했다. 이처럼 리스 자산을 확대해 전체 자산 규모를 키우면 법 개정 이후 신용대출을 급격히 줄여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여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많은 롯데캐피탈이 현재의 대출자산을 줄이지 않기 위해 기업대출로 잡히는 리스 자산을 급격히 확대해나가고 있다"면서 "지난해만 해도 실적이 미비해 사내 보고자료에 언급하지도 않았지만 올해만 2,600억여원을 취급하면서 자사 추산 시장점유율 7%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하나캐피탈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올해 누적으로 리스 자산을 4,670억여원 취급했다. 이는 지난해(2,820억원) 대비 66%가량 증가한 수치다. BS캐피탈도 약 1,230억원을 취급하며 지난해(1,100억원) 대비 약 12% 늘어났다.
일부 여전사들의 이 같은 행태는 법 개정 취지에 역행한다. 여전법 개정은 가계신용 대출자산의 빠른 증가에 따른 캐피털사의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리스 자산을 꾸준히 늘려나가면 자산증식 여지가 남기 때문이다. 즉 당국이 의도한 캐피털사의 신용대출 억제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치고 만다는 얘기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과 올해 6월 말 업종별 총자산 증가율을 비교하면 캐피털사 77%, 은행 36%, 신용카드사 54%로 캐피털사의 자산 증가율이 높다.
아울러 롯데·하나캐피탈이 리스 자산을 폭발적으로 늘려 시장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관계자는 "과거 씨티·SC캐피탈이 조달청과 같은 곳에서 리스 관련 입찰공고가 뜨면 낮은 가격으로 들어와 단가를 낮춰놓으면서 치킨게임을 했다"면서 "현재 롯데·하나캐피탈이 리스 자산을 갑작스럽게 늘려나가는 것도 똑같은 행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