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건설사의 배짱분양이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판교 분양을 열흘 남짓 남기고 하남 풍산 지구에서 분양에 나선 이 업체의 아파트가 예상을 뛰어넘는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청약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주 말 모델하우스에 1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을 정도다.
이 아파트 32평형 분양가는 3억9,957만원. 평당 분양가가 1,227만원이다. 강북 요지의 시세를 넘어서는 것으로 주변 지역 아파트보다 무려 평당 300만원 높은 가격이다.
그러나 부지는 판교보다 오히려 싸게 공급됐다. 용적률을 감안한 평당 공급가는 판교가 569만원, 이 아파트가 422만원이다. 판교 신도시에 적용되는 평당 건축비, 가산비용을 적용하면 이 아파트의 평당 분양가는 953만원이 적정선이다.
게다가 같은 지구에 하남시가 공급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977만원에 책정됐다고 알려지면서 폭리 논란마저 일고 있다.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 업체가 30평형대 아파트를 기준으로 가구당 9,000만원의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해당 건설사는 사업이 지연되면서 금융비용이 늘어나 어쩔 수 없이 분양가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긍하기는 힘들다. 이 건설사의 신용으로 봤을 때 2년간 땅값 기준으로 60%가 넘는 이자를 냈다고는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분양원가가 공개되지 않고서는 진짜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렇지만 대체적인 추론은 가능하다. 청약열기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자 원가와 상관없이 분양가를 높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아파트에는 원가연동제가 적용되지 않는다. 원론적으로는 건설사 마음대로 분양가를 정할 수 있다. 또 입주 때부터 전매가 가능하다. 판교 신도시가 계약 후 10년간 아파트를 팔지 못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분양조건이다.
고분양가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ㆍ수도권, 지방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벌어졌다. 그런데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인기지역이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분양 대박 심리를 이용, 분양가 폭리를 취했다는 추론이 힘을 받는 이유다.
분양가 폭리만큼 손쉬운 돈벌이 방법은 많지 않을 것이다. 자칫 중독되기 쉽다. 하지만 멀리 내다보는 건설사라면 유혹을 끊는 편이 낫다. ‘사회적 메스’라는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