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여파로 중저가 화장품이 국내 화장품 브랜드 1, 2위의 희비를 갈랐다.
고가 브랜드 의존도가 높은 아모레퍼시픽이 경기 불황으로 방판과 백화점 매출이 줄어 성장세가 꺾인 반면 중저가 브랜드를 앞세운 만년 2위 LG생활건강이 불황에도 돋보인 성적표를 내놓은 것이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매출 2조43억원을 올린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이 기간 영업이익이 2,981억원으로 1.5% 뒷걸음질쳤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고가 브랜드 설화수, 헤라가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불황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이 중저가 브랜드에 눈을 돌리며 이는 아모레퍼시픽의 발목을 잡은 셈이 됐다.
설화수와 헤라가 방문판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불경기 여파로 방판 매출이 급격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올 2ㆍ4분기 방판 매출은 1,55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3%나 하락하는 등 지난해 4ㆍ4분기부터 3분기 연속 성장률이 감소하고 있다.
반면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은 예상 외의 선전이라는 평가다. LG생건의 화장품부문을 보면 상반기 매출은 8,481억원(10.4%), 영업이익은 1,394억원(15%)을 올려 지리한 불황 속에서도 33분기 연속 성장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고가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아모레퍼시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중저가 신규 브랜드로 시장 공략에 나선 덕분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LG생건은 그간 아모레에 비해 방판 조직이 약하다는 지적을 들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오히려 이 같은 약점이 불황의 화살을 빗겨갔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설화수와 같은 메가히트 브랜드가 없는 LG생건이 최근 공을 들인 신규 브랜드 론칭 작업이 순항하고 있다는 점도 희비 교차의 원인으로 꼽힌다. 허브 화장품 '빌리프', 메이크업 전문브랜드 'VDL', 와이너리 화장품 '다비'등 마케팅 포인트가 확실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브랜드를 연속적으로 내놓은 것이 지갑이 얇아진 소비자들을 적중했다는 것. 빌리프는 지난 2ㆍ4분기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58% 늘었으며 VDL은 브랜드 론칭 10개월 만에 매장을 26개 오픈했다.
한편 원브랜드숍은 여전히 두 업체에게 효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원브랜드숍인 에뛰드는 2ㆍ4분기 매출 862억원으로 전년대비 21% 신장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2% 오른 71억원을 기록했다. 이니스프리도 매출 839억원, 영업이익 122억원으로 각 42%와 25%의 성장률을 보였다.
LG생건은 비욘드와 이자녹스, 라끄베르 등이 8~20% 대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을 기록하며 매출신장을 이끌었다. LG생건의 더페이스샵은 매출 1,31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7.9%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258억 원으로 25.6%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계속되는 한 방판 채널을 필두로 하는 고가 화장품 시장이 예전처럼 활성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하반기에는 원브랜드숍과 중저가 브랜드를 위주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