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이자 미국의 대표적 진보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가 보수진영의 '이단아'로 불리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증세 공약을 옹호하고 나섰다. 감세를 통한 투자 및 고용 증진이라는 공화당의 경제철학은 허구이며 현실 경제는 그와 정반대라는 것이 골자다.
크루그먼은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경제학에서는 트럼프가 옳다(Trump Is Right on Economics)'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들로부터 '엉터리 보수주의자'라는 공격을 받고 있는 트럼프의 경제공약에 대해 "맞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크루그먼은 트럼프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젭 부시 공화당 대선 후보의 형 조시 W 부시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비교했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의 감세정책이 종료되고 의료보험정책과 연계한 오바마의 새 증세정책이 실행되면서 소득 상위 1%의 소득세가 대폭 인상됐지만 실업률은 오히려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했을 당시 7.8%였던 실업률은 최근 5.1%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12년 오바마와 대선에서 맞붙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가 제시한 실업률 목표치 6.0%보다도 낮은 수치다. 크루그먼은 "고소득자에 대한 세금인상은 고용의욕을 떨어뜨려 일자리를 파괴할 것이라는 공화당의 주장은 허구라는 것이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오바마 정부에서 실업률이 떨어진 것은 (공화당이 그토록 고용의욕 감소를 우려한) 민간 부문의 일자리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민간 일자리는 오바마가 재선에 성공한 2012년 말 이후 700만개가량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크루그먼은 "현재 미국 경제가 좋은 상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증세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화당의 주장이 현실화되지 않은 것은 분명하다"면서 "그럼에도 공화당 보수주의자들은 자신들의 경제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은 트럼프를 '이단' 취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크루그먼은 "다른 공화당 후보들과 달리 억만장자인 트럼프는 고액 기부자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면서 "보수주의자들의 엉터리 경제론을 거부하는 합리적인 대선후보는 이번 공화당 내에서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