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대세 성장주로 바뀌나

외국인 차·IT 등 경기민감주 집중 매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 가치주에 앞서
KB운용 '그로스포커스' 한국운용 '한국의 힘' 관심



외국인들이 최근 대형주를 집중 매수하며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면서 수출주 등 경기민감주에 투자하는 성장주 펀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2년간 코스피지수가 박스권 등락을 반복하면서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가 대세로 자리매김했지만 추석 이후에는 성장주 펀드가 본격적으로 각광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7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성장주 펀드(설정액 1,000억원 이상)의 최근 1개월 평균 수익률은 4.88%로 가치주 펀드(4.02%), 배당주 펀드(3.28%), 중소형주 펀드(-1.04%)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최근 한 달간 상승세를 타며 2,000포인트를 돌파하면서 성장주 펀드가 진가를 발휘하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2년 동안 박스권 사이에서 움직이며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가치주들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부각되면서 2006년 이후 설정된 가치주ㆍ중소형주 펀드들이 큰 폭으로 성장했다. 'KB밸류포커스'의 경우 연초 이후에만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빨아들이며 설정액 2조원을 돌파했고 '신영밸류고배당'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도 1조원을 넘기며 공룡펀드로 성장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서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경기민감주ㆍ수출주 중심으로 사들이면서 펀드 시장의 중심축이 성장주 펀드로 옮겨갈 것이라는 전망이 탄력을 받고 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 달 간 대형주 지수는 5.88%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4.86%), 중형주(0.58%)의 상승폭을 훨씬 웃돈다.

장춘하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양적완화가 축소된다는 것은 미국 경기가 좋아졌다는 뜻이고 이에 따라 앞으로 외국인들이 우량 대형주로 매수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며 "수출주나 경기민감주, 대표 우량기업에 투자하는 성장주 펀드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일부 가치주 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자금이 급격히 몰려들어 몸집이 커지면서 수익률 관리 때문에 추가로 주식을 편입하지 못하고 있다. 설정액이 2조원이 넘는 'KB밸류포커스'의 7월 기준 주식 편입 비중은 81.66%에 불과하다. 보통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주식 편입 비중이 9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편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가치주 펀드는 설정액이 지나치게 커지면 운용상 어려움이 따르는데 이에 따라 주식 투자보다는 현금 비중을 높이는 추세"라며 "지금과 같은 강세장에서는 가치주 펀드보다는 성장주 펀드로 대응을 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대표 운용사들은 성장주 펀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의 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삼성자산운용의 '코리아대표', KB자산운용의 'KB그로스포커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칭기스칸', 신한BNP파리바운용의 '좋은아침희망펀드'가 대표적인 성장주 펀드다.

'KB그로스포커스'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8.24%로 주요 성장주 펀드 중 성과가 가장 좋다.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ㆍ현대차 등 국내 대표주들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있어 최근 성과가 돋보인다. '한국의 힘' 펀드는 2006년에 설정돼 2010년까지 최고의 성과를 내며 설정액이 1조2,000억원까지 늘어난 대형 펀드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3.26%로 부진했으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7.02%로 성과가 개선되고 있다.

'한국의 힘' 펀드를 운용하는 이용범 한국운용 부장은 "9월과 10월은 과거 5년간의 유동성 장세에서 펀더멘털 장세로 바뀌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성 개선이 확실히 이뤄지고 있는 글로벌 경기에 주목해 경기민감주 내에서도 유럽 경기 개선과 디레버리징(부채 조정) 완화의 수혜가 날 수 있는 업종을 선별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