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 정부균 국제금융센터 소장

대담: 이용웅 부국장 겸 경제부장 yyong@sed.co.kr
"다 좋다고 할때 금융위기 올 수 있다"
위기징후 없지만 글로벌유동성 亞유입 부작용 우려
美 서브프라임 앞으로 1~2년 더 불안요인 될 것
차이나 리스크 가능성 낮지만 계속 주의 기울여야


“다 좋다고 할 때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세계금융시장 동향을) 잘 봐야 합니다.” 정부균(사진)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지난 6월29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의 국제금융센터 소장실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분명한 위기징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일본은행(BOA)에서 경고 메시지가 나오고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글로벌 유동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화 가능성이 앞으로 1~2년 간 더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소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특성상 1년에서 3년 반 사이에 부실이 발생한다”며 “(지난해 말이나 올해 초부터 문제가 발생한 점을 감안하면) 아직도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세심한 주의와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울러 “아직 현실화할 가능성이 낮다”고 전제하면서도 최근 국제자본 유입이 급증한 동유럽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금융 불안,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 청산으로 인한 글로벌 자산 가격 조정, 긴축 조치에 따른 중국발 금융불안 가능성 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반기 환율은 어떻게 예상합니까. ▦미국 경기와 주택경기 둔화 등이 달러 약세에 영향을 주겠지만 이미 반영된 부분이 많아 추가적인 달러 약세 정도는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엔화도 일본의 경기회복 가시화와 엔 약세에 대한 각국의 불만 고조 등으로 추가 약세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국내 외환시장은 조선업 호황 등으로 수출실적이 견조한 상승세를 보여 추가 환율하락이 예상되지만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여겨집니다. 오히려 기업 수익성 악화로 경상수지가 적자 기조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지면 외환시장 분위기가 환율 상승으로 급변할 수도 있습니다. -한동안 주춤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최근 다시 늘었습니다. ▦일본의 저금리와 엔화 약세를 바탕으로 엔화를 차입한 뒤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최근 수년 간 꾸준히 증가해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각국의 주가 급등에 따른 조정 가능성과 글로벌 금리 상승세로 엔캐리 자금의 청산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일본 금리인상이 지연되고 있지만 하반기 한두 차례 인상이 예상되기 때문에 엔화 차입 환경은 악화될 것입니다. 반면 엔캐리를 통해 투자된 자금은 글로벌 자산 가격 상승으로 차익실현 욕구가 강해 급격한 자산가격 조정 가능성조차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로 엔캐리 트레이드에 나서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동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등 신흥국에 자금유입이 급증하면서 이들 지역의 금융 불안이나 위기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수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동유럽에 차입자금이 급증하면서 금융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존재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금융 불안이 발생하면 그 형태는 자산 가격이나 해당국 통화가치가 과도하게 반응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화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다고 봅니다. 미 경기의 연착륙 가능성이 더 높고 신흥국의 경제성장 원천인 선진국의 경제 성장세도 안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신흥국의 경제 성장세는 당분간 지속되고 자산 매력도 역시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동산시장 급랭 등에 따른 미국발 세계 금융불안의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미국 경제가 쌍둥이 적자, 미ㆍ중 무역분쟁 등 문제점을 안고 있지만 미국 경제 및 금융 시스템이 건전하게 작동해 미국발 금융불안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는 금융시장은 물론 미국 경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어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당초 올 하반기 미 주택시장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로 그렇지 못했고 미 경제 회복도 당분간 지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모기지 대출 이후 1~3년에 연체가 많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서브프라임발 위기는 살아 있는 셈입니다. -최근 단기외채나 유동외채 비중이 늘면서 한국의 대외 취약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단기외채 증가는 조선업 호황에 따라 선물환 헤지를 중립화하는 차원의 단기 외화차입과 외국계 은행의 재정거래를 목적으로 한 금융시장 내부의 기술적 문제에서 발생됐습니다. 10년 전과 같이 무리한 해외투자 과정에서 일어난 차입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표면상의 지표만 가지고 대외 취약성이 높아졌다고 얘기하는 데는 무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 좋다고 할 때 위기가 올 수 있습니다. 방심하지 말고 (세계시장 동향을) 잘 봐야 합니다. 분명한 위기징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기가) 올 만한 때가 됐는데’하는 우려가 있어 최근 IMF나 BOA에서 경고 메시지를 보냈으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글로벌 유동성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것 같습니다. -국내 시장에 해외로부터의 유동성이 지속적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최근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증가하는 등 글로벌 유동성의 국내 유입으로 인한 위험요인이 크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나 저금리로 인한 국내 시장의 만만치 않은 유동성이 글로벌 유동성과 만나면 자산시장 거품이 커지면서 금융권은 물론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단기에 급격하게 해외 유동성이 국내에 유입되면 원ㆍ달러 환율이 급변동할 위험이 있으며 통화당국의 정책 운영도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외국인 지분 증가로 국내 기업의 경영권도 위협당할 수 있습니다. 또 펀더멘털 대비 국내 주가의 과도한 급등을 불러 해외 유동자금이 빠져나가면 주가가 급락할 위험을 안게 됩니다. -위안화 절상, 금리인상 등으로 이른바 차이나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얼마나 된다고 보십니까.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각종 긴축조치에도 불구하고 오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는 물론 2010년 이후에도 중국은 10% 내외의 고성장을 지속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 급감 등의 위험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긴축조치 강화 및 주식시장 직접통제 등으로 주가가 폭락할 경우에 대비해 지난 2월과 같은 중국발 금융불안을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1만6,000여개 국내 기업의 경영이 악화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전세계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우려로 긴축 기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요. ▦향후 세계 장기 금리는 일시적으로 추가 상승할 수도 있지만 하락 조정을 거친 후 점진적인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국제금리가 급등하면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글로벌 유동성이 줄기 때문에 주식시장 등의 조정 계기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과 세계경제의 위축을 초래할 수도 있어 주식, 상품, 신흥시장 채권 등 고위험 상품에서 위험부담이 작은 우량자산 선호로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자산배분) 변화도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약력 ▦54년 광주 ▦78년 고려대 경영학과 졸업 ▦97년 뉴욕주립대 경제학석사 ▦행시 20회 ▦78년 총무처 사무관 ▦82년 경제기획원 사무관 ▦91년 통계청 통계분석과장 ▦93년 경제기획원 인력개발과장 ▦97년 재경원 세제실 관세협력과장 ▦99년 재경원 경제협력과장 ▦2001년 홍콩총영사관 재경관 ▦2004년 APEC 재무장관회의 준비기획단장 ▦2006년 재경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2007년 국제금융센터 소장 해외에서 본 한국경제
유동성 늘어 금리 인상 필요하지만 성급한 단행땐 내수회복 저해 우려
국제금융계는 최근 한국 경제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을까.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에서 무디스ㆍ피치ㆍ스탠더드앤푸어스(S&P)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 국제적인 투자은행(IB)과 뮤추얼펀드, 연기금, 헤지펀드까지 정기ㆍ비정기적으로 정보를 주고 받는 국제금융센터가 '해외에서 본 최근 한국 경제'를 요약ㆍ정리했다. 국제금융기관들은 한국은행이 하반기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데 대해 상당 부분 수긍하면서도 성급한 금리인상이 내수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금융계는 당초 주택 가격 및 물가 안정으로 한은이 올해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세가 확대된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및 유동성이 늘면서 하반기 중 금리인상을 재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모건스탠리나 크레디트스위스 등은 경기 회복세가 완만한 점을 고려할 때 성급한 금리인상이 가계부채 부담을 가중시켜 내수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단기외채 증가에 대해 원화 강세, 유동성 증가 등을 초래해 정부의 경제정책 운영에 상당한 제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국제금융가에서도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단기외채의 2.4배 수준으로 지난 97년 외환위기 당시의 0.4배를 크게 상회해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또 국제금융기관들은 한국의 수출호조가 지속되고 설비투자 및 민간소비 등 내수회복세도 확대되고 있다며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가 성장률을 4.0%에서 4.8%로 상향한 것을 비롯해 리먼브러더스는 4.3%에서 4.5%로, 크레디트스위스는 4.5%에서 4.6%로 올렸다. 이들 기관은 내년 한국의 내수 회복세가 가속화돼 경제성장률이 5% 내외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금융센터는 어떤 곳
국내 유일 국제금융 분석·자문기관
위기발생땐 ‘비상계획’ 중추적 역할
국제금융센터는 지난 99년 4월1일 외환ㆍ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설립된 국내 유일의 국제금융 분석 및 자문기관이다. 올해 외환위기 발생 10년을 맞아 세계 경제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세계 경제전쟁에서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외환ㆍ주식ㆍ채권ㆍ파생상품 분야 애널리스트를 비롯해 외환딜러 출신의 국제금융 전문가, 한국은행ㆍ금융감독원ㆍ국책은행에서 파견된 금융 전문가 40여명이 세계금융시장을 밀착 감시하며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집된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 정부에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국제금융센터는 정부의 대외 부문 조기경보 시스템(EWS)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외금융시장이 이상징후를 보이거나 위기 국면에 돌입할 경우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아래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에 따라 상황반으로서 위기 대응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 2001년 9ㆍ11테러 사태, 2003년 북핵, SK 및 카드채 사태에 따른 복합 금융불안, 이라크 전쟁, 2005년 런던 폭탄테러 및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 등에서 국제금융센터의 신속한 대응은 빛을 발했다. 현재 청와대ㆍ국무총리실ㆍ재정경제부ㆍ한은ㆍ금감원ㆍ국가정보원 등 정부 당국을 비롯해 시중은행ㆍ증권선물거래소 등 유관기관, 자산관리공사 등 공기업, 삼성증권 등 증권사, LG전자ㆍSK텔레콤ㆍ포스코 등 민간기업을 포함한 약 50여개 기관이 국제금융센터의 정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향후 정책대안 제시 및 예측 기능 강화에 주력하면서 빨라지고 있는 국내 금융기관의 해외진출 움직임을 감안해 지역 모니터링 범위를 브릭스(Brics) 국가와 베트남ㆍ캄보디아ㆍ동유럽ㆍ중앙아시아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센터에서 만든 보고서와 각종 자료의 공개범위를 확대해 민간 부문의 국제금융 리스크 관리 지원 노력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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