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 클릭] 굿모닝, 작심삼일


어김없이 새해가 밝았다. 45억여년이라는 지구의 나이까지 들먹일 필요없이 인간의 한 생애에만 국한하더라도 수없이 많은 날들 중 하루에 불과하건만 새해 첫날은 항상 '모든 게 새롭게 시작하는 날'이라는 각별한 의미를 준다. 바다에서 산에서 혹은 집에서 떠오르는 붉은 해를 보며 한 해 계획을 세우고 뭔가 보람 있는 일을 해야겠다고 철석같이 다짐하는 것도 이맘때쯤이다. 금연·금주·다이어트·봉사활동 등은 매년 등장하는 단골 메뉴.

△물론 시작할 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고야 말겠다며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 술 자리에선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고 한대도 피지 않은 담뱃갑을 휴지통에 버리며 마라톤 선수 못지않게 달리기도 한다. 그렇게 다짐을 했건만 깨지는 건 순식간이다. 얼마 안가 '이번 한번만'이 시작되고 '다음에' 로 넘어가는 게 다반사다. 신년 목표를 세운 성인 3,000명 중 중도에 포기한 이가 88%나 됐다는 2007년 영국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의 분석이나 단 하루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둔 사람이 10명 중 1명이나 된다는 지난해 국내 리서치업체의 조사결과를 보다 보면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허투루 나온 건 아닌 듯싶다.

△새해에도 많은 이들이 도전에 나설 것이다. 수많은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삶이, 소통하지 않는 정치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가 우리를 힘들게 할지도 모른다. 사는 동안 웃는 때보다 속 터지는 날이 더 많다 보면 하루도 지나지 않아 '이까짓 것 하면 뭐하나'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미국 소설가 레이먼드 카버는 "소설의 첫 문장을 쓰면 나머지는 다 쓴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가. 이제 나머지 반만 가면 된다.

△위기는 항상 기회와 함께 찾아온다. 작심삼일을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새해 다짐이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면 이틀 후 다시 결심하면 된다. 묵은 계획이 새 목표로 바뀌었으니 새로운 마음으로 더 힘차게 도전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번 넘어지면 3년밖에 못산다는 3년 고개도 수십번 구르니 장수고개가 됐다는 동화도 있지 않나. 새해에는 새로운 작심으로 다 함께 웃어 보자. /송영규 논설위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