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한은 "디플레 가능성 낮아" 전문가들 "위험한 징조… 대비해야"

■ 물가상승률 또 0%대
지난달 0.8%… 담배 빼면 0.2%
근원물가는 5개월만에 2%대로


1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다시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더욱이 새해 들어 값이 오른 담배 품목을 제외하면 상승률은 0.2%선으로 뚝 떨어진다. 이에 따라 저물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만 물가 하락 품목이 석유류와 농산물로 제한적이고 근원물가지수도 2%대로 회복한 만큼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통계청은 1월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8% 올랐다고 3일 밝혔다. 지난해 12월과 같은 수준으로 1999년 9월(0.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이로써 한국은행의 중기물가목표(2.5~3.5%)에 크게 못 미치는 1%대 이하의 저물가 행진은 27개월째 이어졌다.

12월 소비자물가에서 담뱃값 인상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0.6%포인트였다. 담뱃값 인상이 없었다면 소비자물가지수는 0.2%에 그쳤다는 뜻이다. 이는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1999년 2월(0.2%)과 함께 역대 최저 수준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담뱃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더 낮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물가가 2개월째 0%대를 이어가는 데는 국제유가 하락 영향이 컸다. 석유류는 20.4% 떨어져 전달 하락률(-11.4%)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6.1% 떨어진 도시가스 가격은 물론 양파(-29.2%)와 감(-26.9%), 배추(-22.1%) 등도 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가 2.4% 오르며 5개월 만에 2%대로 올라선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요인. 통계청 관계자는 "근원물가가 2%로 회복됐는데 저물가에서 탈피하려는 긍정적 신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개월 연속 0%대를 유지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감은 커졌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아직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손웅기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1월엔 석유류 등 원자재와 농산물 등 공급자 측 요인이 컸다. 근원물가가 2%대를 회복한 것만 봐도 수요 측면의 물가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며 "디플레이션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유가에 따른 공급 가격 하락 요인이 컸을 뿐 실제 소비 자체는 걱정할 만큼 위축된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30일 '인플레이션 보고서'에서 △일본·유로존 등의 디플레이션 사례에서 나타난 극심한 수요 부진이 예견되지 않는데다 △부동산 가격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작다는 것 등을 이유로 일본식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전문가들도 현재의 한국 경제 상황이 디플레이션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에는 신중하다. 다만 "디플레이션 가능성은 있는 만큼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물가상승률이 예상치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을 이어가는데 이는 분명 위험한 징조"라고 말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도 "0%대 물가상승률이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디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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