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어학당으로 유학을 와있는 중국인 유학생 리신(李鑫ㆍ20)씨. 8개월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아직 한국어 구사가 서툴다. 리 씨는 최근 제주항공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고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예매하고자 했지만 중국어가 가능한 직원이 없어 전화 예약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한국인 지인을 통해 예약을 해야만 했다. 리 씨는 "중국 노선을 운영하는 항공사가 중국인이 한국에서 다시 돌아갈 때를 위한 중국어 서비스를 하지 않고 있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며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 관광객은 물론 한국에서 공부하는 중국유학생의 수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이들이 주로 이용하는 저비용항공사들의 중국어 서비스 수준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39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0.2%증가했다. 지난 6월 전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중에서 중국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전체의 37.7%로 가장 높았다.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중국유학생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5만5,427명으로 8만6,878명의 전체 유학생 중 64%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현재 국내 저비용항공사 중 중국어 회화가 가능한 콜센터 직원이나 중국어 ARS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는 상태다. 중국에 3개의 정기편 노선을 취항중인 제주항공의 국내 콜센터는 현재 영어와 일본어로만 예약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진에어 역시 중국에 3개의 정기편 노선과 다수의 부정기편을 운영하고 있지만 콜센터에서는 영어와 한국어로만 서비스가 가능하다. 일본어와 중국어는 이메일로만 예약 문의가 가능하다.
중국에 2편의 정기편 노선과 다양한 부정기편을 운영하고 있는 이스타항공의 역시 콜센터 ARS의 경우 한국어와 일어만 이용이 가능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경우 노선 확장이 최근의 일인만큼 중국인 승객 대응에 대한 준비가 된 국내 저비용항공사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이 중국노선 취항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국내 대형항공사들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의 경우 2004년부터 콜센터와 ARS를 통해 국내에서 예매하는 승객을 대상으로 중국어 안내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으로 가는 모든 항공기에 중국인 승무원이 필수적으로 1명 이상씩 탑승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7월5일부터'글로벌 콜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어ㆍ영어ㆍ일본어ㆍ중국어 중 원하는 언어를 선택하면 해당 국가의 영업점 직원과 다이렉트로 연결되는 서비스다.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항공사의 서비스는 해당국가의 첫 이미지를 결정하는 잣대"라며"저비용항공사가 중국노선을 바탕으로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룬 만큼 중국인들을 위한 서비스를 보완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