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인상… 산업계 비상] "연료비 연동제 도입 등 대책부터 내놓아야"

■ 금속·기계 등 중기 상황
조명 LED 교체 등 절감 노력 불구 전기료 원가 비중 높아 타격 심각
에너지 저감 장치 설치 지원 요구


한국전력과 정부가 다시 한번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자 중소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금속ㆍ기계 등 전력료가 전체 생산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업종에서 깊은 한숨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정부가 무턱대고 전기요금만 올릴 것이 아니라 ▦연료비 연동제 도입 ▦세제 감면 ▦변압기 및 저전력 조명 교체 지원 등 현실적인 대책부터 내놓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전력이 만성 적자에 빠지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중소기업에 대한 아무런 지원 없이 가파른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전기료 원가 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 지난해 두 번이나 전기료를 인상했음에도 최근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 또다시 전기요금을 올리겠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가정용 주방용품 및 부품을 생산하는 기업 단체인 한국씽크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재단기ㆍ프레스기 등 주방용품 업체는 제품을 거의 100% 기계로 생산하다 보니 전기요금 비중이 다른 업종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며 "만약 전기요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작은 업체라도 매달 최소 몇 백만원 이상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호소했다.

경기도에서 20년째 전자부품회사를 운영하는 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회사의 경우 전기료가 전체 생산비의 1~2%밖에 차지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전기료를 올릴 경우 매달 5,000만원, 연 6억원의 순이익이 사라진다"며 "전기료 인상에 대비하기 위해 조명을 산업용 발광다이오드(LED)조명으로 모두 바꾸고 엘리베이터도 7개 중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가동을 중지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전력 적자나 국내 에너지 절감 차원에서 전기요금 인상에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한번에 크게 올리면 중소기업은 너무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부품ㆍ소재기업의 한 관계자는 "완성품 업체는 원가가 올라간 만큼 제품가를 올리면 되지만 1ㆍ2ㆍ3차 납품업체 대다수는 납품가는 그대로이고 원가만 올라가게 돼 결국 죽어나갈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두 차례나 전기료를 올리면서 중소기업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에너지 절약에 나서고 있는데도 경기가 안 좋아 수익이 크게 떨어졌는데 전기료를 또 인상한다니 도대체 얼마나 더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상당수 중소기업은 전기요금을 당장 올리더라도 그 폭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제한하고 효율적인 산업용 전기 사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년간 논의만 되고 있는 연료비 연동제를 속히 도입하거나 전기 사용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에 요금 인상분에 상응하는 혜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부에서는 변압기, 저전력 조명 교체 등 에너지 저감형 장치 도입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금속 주물업체의 경우 전기료가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15%에 이를 정도로 요금 인상에 따른 타격이 심각하다"며 "불황에 중소기업은 전기요금을 올리면 원가보전이 전혀 안 되는데 정부가 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주든지 연료비 연동제를 빨리 도입하든지 했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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