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 60년] <2> 해외건설, 고부가 프로젝트가 살길이다

"이젠 물량보다 수익성 위주로…"
업계, 해외수주 호황 지속위해 전략 바꿔
고수익 플랜트 부문 비중이 70% 육박
"발전·환경등 유망분야 기술개발 절실"



“무조건 물량만을 확보하기 위해 해외공사를 따내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상대 삼성물산 사장은 해외수주 전략과 관련,“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질적 수준이 높은 해외공사를 집중 선별해 수주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한다. 삼성물산은 이를 위해 성장성이 크면서도 고난이도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하이테크시설ㆍ도로ㆍ항만ㆍ발전플랜트 등 6대 핵심상품을 정하고 이 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전략을 지속적으로 유지키로 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삼성물산은 올해 3월 두바이 팜 제벨알리 교량공사(3억5,000만달러),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1억1,500만달러) 등을 포함해 올들어 총 9억9,000만 달러의 해외수주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해외수주 규모인 8억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해외건설 40년’, ‘중동건설 붐 2기’를 맞은 우리 업체들이 이제 물량보다는 수익성과 리스크를 철저하게 따져 공사를 수주하는 패턴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최근 본사 임원과 해외 14개국 지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산농장에서 열린 ‘해외사업전략회의’에서 “(해외시장에서) 물량확보 위주의 수주를 지양하고 고기술ㆍ고부가가치 공사 수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올해 수주목표를 지난해(24억4,000만달러)보다 40% 정도 늘어난 34억달러로 잡았고, 7월말 현재 11억달러의 해외 수주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GS건설도 기존에 구축된 해외 플랜트 부문의 강점 위에 수익성을 위주로 한 토목ㆍ건축 부문의 수주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대림산업 또한 교량ㆍ한만 등 특화된 공종과 대형 프로젝틀를 중심으로 수주활동을 집중키로 하는 등 대다수의 메이저 업체들이 고수익 위주의 수주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40년간 국내 업체들의 해외진출은 주로 국내 건설시장의 위축에 따른 대체시장 개척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하지만 ‘제2의 중동붐’을 맞아 이 같은 호황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첨단기술ㆍ고부가가치 위주의 수주를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김민형 박사는 “그 동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은 ‘중장기적인 사업다각화’란 전략적인 동기보다는 ‘국내시장의 위축에 따른 매출의 보전’이라는 다소 방어적인 동기에서 출발했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행태는 ‘국내 건설시장 악화?해외시장 진출?내수시장호전ㆍ해외시장악화?해외진출 위축?해외시장 경험 단절 및 인력기반 상실?국내 건설시장 악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 이 때문에 ▦기자재 시장의 일본 선점 ▦플랜트 기본 엔지니어링 능력 취약 ▦LNG 플랜트 등 첨단 분야의 경쟁력 약화 ▦새로운 발주 방식에 대한 대응책 미흡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최근 활발히 수주활동을 벌이고 있는 플랜트 분야의 경우 기획부분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59% 수준, 원청 설계 부문의 기술력은 선진국의 63%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의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 비중이 과거보다 크게 증가하는 등 해외수주 구조가 고부가가치 쪽으로 전환되는 추세”라며 “그러나 아직 LNG 공장 등 첨단 기술력이 필요한 분야의 경우 일본의 지오다JGC, 미국의 KBR, 프랑스의 테크닉 등 이른바 LNG클럽이 거의 독점할 정도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취약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40년간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를 공종별로 보면 부가가치가 큰 플랜트 부문의 비중은 지난 60년대 1.6%에 불과했던 게 지금은 67.3%로 70%에 육박하고 있다. 과거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부문의 수주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얘기다. 플랜트가 얼마나 고부가가치인가 하는 것은 수주건수와 금액을 단순비교해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 5월 4일 현재 국내 업체들의 해외 플랜트 수주건수는 30건에 불과하지만 이를 금액으로 환산할 경우엔 78억달러로 전체 수주 금액의 70% 정도다. 반면 건축의 경우 수주건수는 38건으로 플랜트보다 8건이 많지만 금액으론 14억달러로 플랜트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플랜트 부분 수주비중의 급성장에도 이익률은 5~6%대로 여전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젠 플랜트 수주 내용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 박사는 “2000년 이후 플랜트 수주 실적을 상품별로 보면 석유ㆍ화학 관련 시설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세계 플랜트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발전 부문과 향후 가장 유망한 환경 분야에 대한 국내 업체들의 기술개발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中·印등 업체 추격 뿌리칠수 있는 '원천기술' 확보 가장 중요
원천기술 업체 M&A때 세제 지원 해외 근로자 소득 비과세 확대도
해외수주를 고부가가치 방향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단순시공 분야는 값싼 인건비로 무장한 중국ㆍ인도 등의 업체들의 추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기술의 확보 없이는 현재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는 플랜트 등의 분야도 곧 추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와 관련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방법엔 기술개발 뿐만 아니라 원천기술을 보유한 해외업체를 인수하는 방법도 있다"며 "원천기술 업체에 대한 M&A(인수합병)시 세제 지원을 해주는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의 한 관계자도 "플랜트 중에서도 LNG 등 첨단기술이 필요한 분야는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가 세계적으로 몇 안되기 때문에 기술력만 있다면 치열한 경쟁이 없이도 수주를 따낼 수 있는 말하자면 블루오션 분야"라고 강조했다. 해외건설과 관련된 인력 파견에 대한 세제 지원도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과거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진출이 중장기적인 계획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뤄져 해외 건설환경이 악화되면 인력 파견이 끊기는 등의 문제로 해외 건설현장에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이 제대로 전수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해외 건설시장 파견 인력에 대해 미국의 경우 연간 8만달러, 일본의 경우엔 전액에 대해 소득세를 감면해 주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고작 월 100만원 한도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며 "노동자들의 해외근무 기피현상을 완화하고, 업체들의 원가상승 요인을 줄이기 위해서는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소득에 대한 비과세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플랜트와 신도시 개발에 대한 수주전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스공사ㆍ토지공사ㆍ도로공사ㆍ한국전력공사 등 공사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의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김 박사는 "공사의 경우 대부분 단일 공종에 대한 최대기업인 경우가 많다"며 "국내 공사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지분투자를 통해 민간업체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업계의 요구를 적극 수용해 다양한 해외건설 수주 지원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우선 건설교통기술경쟁력 강화 10대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 우리나라가 경쟁력이 있는 해수 담수화 플랜트ㆍ초장대교량ㆍ초고층빌딩과 같은 핵심기술개발 지원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해외 전문인력 부족 문제는 연말까지 퇴직근로자 인력데이타베이스 및 1,000명 이상의 해외건설 인재 풀을 확보, 인력수급을 조절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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