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증시가 급등락을 거듭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큰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단기 급락을 저점 매수의 기회를 삼아야 할지, 아니면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할지 선뜻 결정을 내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은 유동성 랠리가 사실상 마무리됨에 따라 추가적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정 부분 투자수익을 현금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펀드 자금유입 지속=22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와 선전종합증시가 지난주 각각 13.3%, 12.7% 급락했지만 오히려 중국본토펀드에는 303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달 들어 2,200억원 이상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었지만 올 들어 최악의 급락세를 연출한 지난주에 오히려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늘어난 셈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중국 증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은 이를 또 다른 기회로 받아들인 듯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자들의 움직임은 최근 중국 증시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는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전망과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중국 본토 증시의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전종규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증시의 급락은 과도한 단기상승에 대한 피로 축적과 밸류에이션 부담 때문"이라며 "강력한 유동성 랠리가 마무리되면서 일정 기간 조정이 추가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리스크 관리 강화해야"=이런 상황에서 중국에 대한 투자 전략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에 대한 직접 투자는 '고수익'보다는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특히 오는 7~8월 중국 기업 실적이 발표되는 시기까지 관망 혹은 분할 매수 전략을 취하거나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는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으로 시선을 돌릴 필요도 있다. 이와 함께 좀 더 보수적인 투자자인 경우 주식 비중을 줄여 현금화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올 들어 급등한 중국 증시의 상승세가 더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물경제가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지금부터라도 주식 보유 비중을 줄여가면서 현금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중국투자펀드 역시 분산투자를 고려해야 할 때다. 우선은 중국본토와 함께 홍콩H주에 동시 투자하는 펀드로 관심을 돌릴 필요가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에서 운용 중인 76개 중국본토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6.16%로 홍콩H주펀드(-2.27%)보다 성과가 더 나빠졌다. 올 들어 중국본토펀드가 홍콩H주펀드보다 주간 평균 수익률이 나빠진 것은 지난주가 처음이다. 현재 중국본토와 홍콩H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KB통중국고배당펀드' '삼성누버거버먼차이나펀드' '한화차이나레전드고배당펀드' 등이 있다. 실제로 이들 펀드는 중국 증시 급락에도 최근 1주일간 수익률이 -1.56~-1.66%로 다른 중국펀드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덜 나빠졌다.
◇국내 증시 영향은 제한적=중국 증시의 단기 조정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박옥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금 국내 증시는 지난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미국의 조기 금리 인상 우려가 해소된 가운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이 진정되고 추가경정예산 편성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중국 이슈에는 크게 주목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코스닥 시장의 경우 그동안 지나치게 상승 폭이 컸던 종목을 중심으로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 증시의 깊은 조정이 국내 증시를 비롯한 신흥시장 전반에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와 달리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높고 투자 심리에 크게 좌우되는 코스닥은 중국 증시와 여러 가지 면에서 유사성이 높다"며 "바이오 등 기업 가치나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많이 올랐던 종목의 경우 거품론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