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이 만난 사람] 장기창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시설물 설계서 탄생·소멸까지… 주기별 안전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사고 발생후 대책 마련하면 또다른 영역서 사고 터지는 꼴

사회 곳곳 위험 있는지 미리 살피고 사전 예방하는게 중요

수직증축 리모델링 관련 더욱 엄격하게 안전성 평가할 것


"사고라는 것이 사실 별거 아닌 듯한 일로 발생해버리는 경우가 많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안전요원을 배치했다면, 지하철 환풍구 앞쪽에 줄이라도 쳐놨다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국시설안전공단 본사에서 만난 장기창(사진) 이사장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공연장 환풍구 추락사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올해는 연초 경주 마우나리조트 지붕 붕괴사고를 시작으로 세월호 참사, 고양 터미널 화재, 신당역 지하철 추돌 사고,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까지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장 이사장은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의 중요성이 떠오르지만 막상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수면 아래로 안전 이슈가 가라앉는 국내 상황에 대해 지적하며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이사장은 "한 사고가 발생해 그 분야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고 또 다른 영역에서 새로운 사고가 터지는 식"이라며 "사회 요소 요소마다 어떤 위험이 있는지 미리 살펴봐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안전의식 교육을 철저하게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의 발생으로 안전관리를 좀 더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만들어진 준정부기관이다. 1995년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설립됐으며 국가 주요 대형 시설물의 안전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주로 교량이나 터널·댐·하천·항만·상하수도 등의 정밀안전진단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성수대교 붕괴 이후 한국시설안전공단이 들어서면서 △안전진단 실시 △기술개발·보급 △시설물 관리이력 정보화 및 자료제공 △기술인력 양성 등의 활동을 통해 국가 시설물 관리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국가 시설물의 안전 상황은 과거보다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성수대교 붕괴 20년이 된 현재 서울시가 관리하는 한강교량 20개(공사 중인 암사대교와 월드컵 대교가 완공되면 22개로 증가) 중 C등급을 받아 보수·보강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동호대교와 성산대교를 제외하고는 모두 안전등급 B등급 이상을 받은 상태다. 총 5단계로 나뉜 등급체계에서 △A등급 우수 △B등급 양호 △C등급 보통 △D등급 미흡 △E등급 불량을 나타낸다. 장 이사장은 "지난 20년 동안 시스템적으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같은 시설물이더라도 20년 전 처음 제도가 도입돼 등급을 매겼을 때보다 안전 등급이 오히려 올라갔다"며 "대형 시설물에 대해서는 안전한 편이라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16개로 이뤄진 4대강(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보에 대해서도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4대강 사업 관련 시설물은 준공 후 10년이 경과한 뒤 1년 이내에 정밀안전진단을 수행하도록 돼 있지만 국토교통부에 보의 일부 혹은 전부를 전담시설 대상으로 고시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국가 시설물이 상대적으로 체계적인 관리 상태인 것과는 달리 지방자치단체와 민간에서 관리하는 소규모 시설물은 아직도 안전지대 바깥에 놓여 있다. 장 이사장은 "시설물 안전관리 특별법 대상 시설물인 6만6,000여개의 이력을 우리 공단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그 이외 소규모 시설물의 개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며 "이것들은 재난관리법에 의해 안전행정부가 관리하고 시도가 실질적으로 맡게 되는데 전문적인 관리보다는 현황을 파악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규모 시설물에 대한 관리 부재는 결국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판교 환풍구 사고나 영세한 재래시장에서의 화재 등은 모두 평소에 미흡한 관리 실태 속에서 예상치 못한 가운데 발생한 것이다.

국가 시설물 역시 관리 취약점을 갖고 있다. 1970년대 경제개발 시기 주요 사회기반시설이 건축된 탓에 30년이 넘은 노후 사회간접자본(SOC)의 비중이 전체 1만9,543개 중 9.6%인 1,877개에 달한다. 이 비중은 5년 후에는 15%(2,921개), 10년 후에는 21.6%(4,211개)로 급증해 집중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장 이사장은 "국가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이뤄지고는 있지만 지속 관리보다는 일정 기간마다 시설물 상태를 체크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장 이사장은 '생애주기별 유지관리'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조한다. 그는 "현재는 시설물이 준공될 때까지만 관리하는 체제"라며 "앞으로는 시설물의 설계부터 탄생, 소멸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애주기에 걸쳐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파손되고 붕괴된 시설물을 다시 보수하는 대응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사전 예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이를 위해 "시설물별 유지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지표를 개발해야 하고 지속적인 유지관리를 위한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공단에서는 융복합형 선진화 기술개발 등을 위해 올해 초부터 24건의 연구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더해 공단에서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의 정보를 통합한 '국가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 통합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생활기반 시설물부터 대형 시설물까지 관리해나갈 계획이다.

장 이사장이 생애주기별 유지관리와 함께 강조하는 부분이 바로 안전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이다. 장 이사장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관련 기관과 국민들이 신속하고 안전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참여형 교육훈련'을 통해 안전에 대한 국민의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형식적인 안전 교육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실습 위주의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공단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을 위해 '건축물 안전상식, 행동요령' 특강을 지속적으로 실시해 학생들의 이용이 잦은 건물에 대한 사고 요인, 징후, 행동요령 등을 교육하고 있다. 전국 시도 공무원과 민간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시설물 안전 순회교육도 실시한 바 있다.

지난해 '4·11부동산대책'에서 제시돼 올해 4월25일부터 허용되기 시작한 '수직증축 리모델링'과 관련해 더욱 엄격하게 안전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이 장 이사장의 생각이다. 그는 "기존 층보다 최대 3개층을 더 올린다고 하더라도 단단한 지반 위에 아파트 단지가 지어졌다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할 수도 있다"며 "개별단지의 수직 증축 허용 여부는 안전진단을 통해 엄격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가 과정에서 안전 진단을 담당한다. 안전진단은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와 착공 직전에 각각 이뤄진다. 1차 안전진단에선 현 수준의 안전진단에 수직증축 범위 결정 등을 위한 조사가 이뤄지며 2차에서는 구조설계 안전성 등에 대한 검토가 진행된다.

안전진단이 기존 리모델링에 비해 강화되더라도 안전성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사람도 건강검진을 받으면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병이 밝혀지지 않나"라며 "현재 갖고 있는 기술로 철근이 들어간 간격과 굵기, 콘크리트의 강도 등을 상당 부분 미리 추산해내 안전성을 진단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다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사업성과 일조권 규제 등으로 인해 아직 지지부진한 상태다. 6월 첫 사업단지인 경기 성남시 분당 매화마을 1단지에 이어 이달 첫 강남 추진 단지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청아파트가 시공사를 선정한 바 있다.

장 이사장은 "앞으로 '녹색건축' 분야를 중점적으로 확대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공단은 최근 녹색건축을 위해 녹색건설본부를 신설하고 그 안에 그린리모델링실과 녹색건축실, 탄소저감실을 설치해 운영 중이다. 이를 통해 건축물 에너지 절약과 오염물질 배출 감소 등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해 건축물의 환경성능을 공식적으로 인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 건설업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 업무 대행기관으로 지정됨에 따라 건설업 부문의 온실가스, 에너지 목표관리제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 소외계층과 영세 규모 시설물의 안전을 위해서는 '소규모 취약시설물 무상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초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소방안전협회와 함께 '전통시장 안전관리 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시설점검 150개, 소방점검 500개를 목표로 점검을 추진하고 있다.

He is…


△1955년 경남 창녕 △1977년 한양대 건축학과 △1987년 프랑스 파리12대 도시계획학 석사 △2013년 경일대 대학원 건축공학 박사 △2010 국토해양부 원주국토관리청장 △2013년 서울북부고속도로 대표이사 △2013년~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성수대교 붕괴 후 설립 …'안전 노하우' 해외에도 전파


■ 한국시설안전공단은

권경원 기자




한국시설안전공단은 내년에 설립 20돌을 맞는다.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이후 공단이 설립돼 그동안 국내의 취약한 안전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 힘썼다면 앞으로는 이 시스템을 해외로 퍼뜨리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장기창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은 "공단의 처음 10년은 세상에 태어나 태동하고 정착해가는 시기였다면 다음 10년은 배움을 익히고 성장해나가는 성장 발전의 시기였다. 이제 다가올 10년은 더 큰 세상에서 한 걸음 더 크게 도약할 수 있는 성인이 되는 시기"라고 밝혔다. 공단은 올 한 해를 '미래지향, 소통과 화합을 통한 열린 경영, 글로벌 스탠더드' 세 가지를 기반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공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시설안전관리 노하우를 해외로 수출하는 것이다. 장 이사장은 "특별법을 통해 공단이라는 체제를 갖춘 곳은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동남아시아 같은 지역은 자연재해로 어려움을 자주 겪는데 그곳에서 우리의 안전관리 노하우를 전파하고 그 과정에서 나중에 수출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안전을 전담하는 준정부기관을 설치한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미국의 경우 주 정부 단위로 안전 관리가 이뤄지지만 연방 전체를 관할하는 시스템은 마련돼 있지 않다.

공단에서는 이미 지난 7월 시설안전본부 내 해외사업추진단을 새로 발족한 상태다. 같은 달 해외건설업 신고 확인증도 취득했다.

현재 국가시설물 안전관리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인도네시아 정부와 접촉하고 있으며 해외시설안전 관련 기관과의 양해각서(MOU) 체결도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우기철마다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홍수, 산사태, 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해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재해 피해지역의 복구 상황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재해복구지수(DRI)를 만들어 재해 대응 체계를 구축해나가려고 시도하고 있다.

한편 한국시설안전공단은 지난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성수대교 사고 20년, 새로운 안전 패러다임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성과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특별 세션과 4개의 일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된 이번 성과 발표회에선 시설물 고령화에 대한 대응 방안과 그린 리모델링 추진 방향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성수대교 사고 20년 추념 섹션을 마련해 시설물 유지관리 패러다임의 전환 발표와 성수대교 사고 토론회를 갖기도 했다.



대담 = 정두환 건설부동산부장 dhchung@sed.co.kr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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