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보다 많은 외국 기업의 미 증시 상장을 유도하기 위해 상장 폐지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2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크리스토퍼 콕스 SEC 위원장은 이날 "SEC는 외국 기업의 상장 폐지를 보다 용이하게 하도록 관련 규정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12개월동안 미국에서 거래된 일일 평균 거래량이 전체 거래량의 5%에 못 미치는 외국 기업은 미 증시에서 상장을 폐지할 수 있게 됐다. 기존에는 거래량 제한과 함께 미국 거주자의 지분 비율 10% 미만, 미국인 주주 300인 미만일 경우에만 상장을 폐지할 수 있었다.
현재 미 증시에 상장된 외국 기업 중 새로운 상장 폐지 요건을 충족시키는 기업은 29%(총 36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의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듀카티와 프랑스 통신업체 알카텔의 자회사인 제네시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기업들은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는 시점인 오는 6월부터는 거래량 기준만 충족시킨다면 상장 폐지를 할 수 있다.
SEC가 이 같은 법령 개정에 나선 것은 회계기준 강화를 골자로 하는 사베인스 옥슬리법이 지난 해 7월부터 외국 기업들에도 적용되면서 비용부담이 급증했는데도 여전히 상장 폐지가 어려워 미 증시 상장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외국 기업들 중 일부는 자진 상장 폐지를 원하더라도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울며 겨자먹기로 상장 유지비를 부담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