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線 맛' 느껴보세요

송현숙·김영택展 학고재서

송현숙展- 6획위에 호랑이, 33획

김영택展 - 달마산 미황사 대웅보전, 경복궁 근정문 답도와 해태

그림은 선ㆍ면ㆍ색이 조화를 이루는 예술이다. 어느 하나 빼 놓을 수 없지만 붓질로 드러난 선은 그림을 완성하는 결정적인 단초다. 서로 다른 선 맛을 느낄 수 있는 전시가 학고재에서 열린다. 굵은 붓질로 명상적인 그림을 그리는 재독작가 송현숙의 '단숨에 그은 한획'전(소격동)과 0.7mm펜촉으로 우리 문화재를 꼼꼼하게 그려내는 김영택의 '펜화기행Ⅱ'(인사동)가 그것. 100호 크기의 큰 캔버스에 폭 20㎝가 넘는 붓질로 그리는 송현숙의 그림에는 그리움이 가득하다. 스물두살에 파독 간호 보조원으로 고국을 떠나 화가가 된 지금까지 그의 가슴에는 어린시절 사무치는 외로움과 고향 언덕의 따스한 추억이 남아있다. 마음으로 그린 그의 그림은 간결하면서도 울림이 있다. 그는 "어릴 때 할머니가 길쌈질을 한 삼베를 마당에 널어놓으면 그 속에 들어가 놀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라며 "작품의 영감은 모두 그때의 기억에서 얻은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에는 그의 최근작 20여점을 선 보인다. 그림 제목들도 그림에 사용한 획수를 세어 '1획 위에 8획', '33획', '28획 위에 7획' 하는 식으로 붙였다. 전시는 11월9일까지. (02)720-1524 50만번 이상의 획으로 A3 한 장 크기의 그림을 완성하는 김영택의 펜화는 치밀하고 정교하다. 창덕궁 존덕정, 숙정문과 서울성곽 등 서울을 출발해 선운사 도솔암, 송광사 천자암, 영천 만불사 등 그의 끝없는 우리 문화유산답사기가 한 점의 펜화로 남았다. 사진의 기록성과 그림의 깊이를 간직한 그의 작품은 그윽한 품격이 느껴진다. 작가는 "우리 옛 건물은 목수들의 깨끗한 심성이 짙게 배어있다"라며 "겉 모습 뿐 아니라 건물에서 풍기는 좋은 기운까지 담아내려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1월 7일까지.(02)739-4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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