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기아차 안방’ 공식 더 안통한다

내수시장 점유율 70% 밑으로 추락
현대차 5% 이상, 기아도 2%가까이 하락

현대차 울산공장 근로자들이 생산라인에 있는 자동차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서울경제DB

한 때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은 ‘한국은 현대차 공화국’이라고 말하던 적이 있었다. 그만큼 국내에서 현대·기아차는 외국 자동차 업계에게 ‘철옹성’ 그 자체였다.

아주 오래전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을 ‘배신자’라며 손가락질하던 시절도 있었다.

흔들릴 것 같지 않던 현대·기아차의 아성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내수시장 점유율이 70% 밑으로 떨어졌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내수시장 점유율은 69.3%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합산 내수시장 점유율이 70% 이하로 떨어진 것은 합병 이후 처음이다.

현대차는 지난해(46.4%)에 비해 5% 넘게 급락한 41.3%에 그쳤다. 3년 연속 감소세이자 같은 기간 중 가장 큰 하락폭이다.

기아차도 28.0%에 머물러 내수시장 점유율이 4년 연속 후퇴했다. 이로써 기아차의 점유율은 지난 2009년(28.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70%의 아성이 무너진 것은 수입차의 거센 공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25.5% 증가한 19만6,359대였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수출 위주 전략이 내수 기반을 잃게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외 시장에 중점을 두다 보니 국내 소비자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홀했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소비자들이 다른 메이커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입차 등 다른 메이커와의 연비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였다는 점도 안방을 빼앗기는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실제로 최근 선보인 르노삼성은 강력한 연비를 자랑하는 QM3의 선전에 힘입어 전년보다 판매량이 33.3%나 급증했다.

올해도 현대·기아차에게는 쉽지 않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올해 내수시장 목표는 각각 69만대와 48만대로 지난해 실제 판매대수와 거의 비슷하다. 한마디로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겠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 현대·기아차는 소비자들의 인식을 돌리기 위해 지난해 10월 국내영업본부 안에 소비자 전담 조직인 국내 커뮤니케이션실을 신설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디지털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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