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 출범 첫날] 국민안전처, '한 지붕 네 가족' 되나

소방만 참석한 '반쪽 직원결의'… 조직간 융화 못해
해군 출신 박인용·육군 이성호… 장·차관 불협화음 우려도 높아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국민안전처·인사혁신처 공동출범식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이근면(오른쪽 두번째부터) 인사혁신처장, 정홍원 총리,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 /권욱기자

안전 혁신을 화두로 내세우며 등장한 국민안전처가 출범 첫날부터 불협화음을 냈다. 정부 안팎에서는 국민안전처가 자칫 '한 지붕 네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2층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민안전처와 인사혁신처 출범식이 열렸다. 국민안전처는 기존 안전행정부 안전관리본부와 소방방재청·해양경찰청을 통합해 탄생한 부처다. 따라서 이 조직 간의 유기적 결합이 부처 성공의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그동안 완전히 별개의 조직과 문화를 이어온 소방과 해경 간의 시너지를 어떻게 이끌어낼 것인가가 큰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출범 첫날부터 안전처가 보여준 것은 기대보다는 우려를 낳게 했다. 이날 안전처는 공식 출범에 맞춰 직원 2명을 내세워 '결의'를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 소방과 해경이 주축이 된 것인 만큼 각 조직에서 직원 한명씩이 나와야 마땅했다. 하지만 실상은 소방직원들만 나서는 '반쪽' 결의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소방 측 관계자는 "직원 결의를 식순에 넣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아 해경 쪽 직원을 섭외하지 못했다"고 군색한 변명만 내놓았다. 가뜩이나 출범 전부터 두 조직 간 융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는데 조직의 첫발을 떼는 순간부터 삐걱거린 것이다. 소방조직이 앞으로 부처 내에서 기선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반쪽 결의를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다.

소방과 해경뿐만 아니라 현재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와 이성호 국민안전처 차관의 어색한 관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전부처의 수뇌부를 군 출신으로만 채우는 것을 넘어 박 내정자는 해군, 이 차관은 육군 출신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서로 다른 군 문화를 겪어온 만큼 앞으로 안전처 정책을 놓고 불협화음이 나올 가능성 때문이다.

더구나 이날 안전처가 내놓은 안전 혁신 마스터플랜 5대 전략만 보더라도 '국민의 위험 속 생존전략 생활화' 등 군사문화를 연상시키는 문구들이 포함돼 있어 우려를 자아내기도 했다. 한 재난안전 전문가는 "국민안전처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각 고유의 특성을 지닌 안전조직 간의 시너지 효과 발휘가 중요하다"며 "군과 소방· 해경 등 주요 축들이 내부 기선 잡기 다툼을 벌인다면 안전혁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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