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난맥을 보이던 행복주택 사업이 결국 궤도수정에 들어갔다. 건립가구 수를 당초 20만가구에서 14만가구로 축소하고 사업 대상지도 기존의 철도부지를 고집하지 않고 다양한 공공용지를 활용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는 3일 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행복주택 활성화 방안을 8·28부동산대책 후속조치로 내놓았다. 행복주택이 사실상 출구전략을 모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 늦기 전에 사업 방향을 전면 수정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도심 내 가용부지가 제한된 상황에서 직주근접형 행복주택이 부지확보에 애로를 겪을 것이라는 점을 익히 예상됐다. 더구나 테크 같은 구조물 설치로 발생할 높은 건축비용도 걸림돌로 지목돼왔다.
이번 정책방향 수정으로 원래 의미의 행복주택은 3만8,000가구 건립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공약수정이라며 색안경을 끼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아무리 공약이라도 재정상황과 현실적 여건에 맞도록 바로잡는 것이 온당하다. 현실과 동떨어진 주택 유형을 고집하다가는 사업비 증액에 따른 LH의 재정악화는 물론이거니와 자칫하면 전반적인 공공임대주택 공급에도 차질을 빚을 우려 또한 컸다. 우리가 진작부터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게 현실적이라고 지적한 연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에 부닥친 시범지구의 사업추진을 강행하겠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는 5일 목동과 잠실 등 수도권 5개 시범사업지를 공식 지구로 지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공공용지여서 개발지구로 지정하는 데 법적으로 아무런 하자가 없다. 하지만 주민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건 곤란하다. 건축과정은 물론 완공 후에도 두고두고 갈등과 반목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시범지구라는 상징성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면 행복주택은 사회적 갈등을 확대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서야 어찌 행복주택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일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