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역사교육 강화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역사 과목을 평가 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말한다. '야스쿠니 신사'를 젠틀맨으로 해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북침'의 뜻을 정확히 모른 채 6ㆍ25전쟁을 북침으로 아는 경우도 있다.
국사 필수과목 지정 체계적 학습 유도
이것은 우리 사회가 최근에 들어와 역사, 특히 국사 교육을 지나치게 등한시한 것에 대한 당연한 귀결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본은 더욱 노골적으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중국은 동북공정으로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인 고구려도 중국의 지방 정권으로 흡수하려는 마당에 우리는 국사 과목을 대학 입시의 필수 과목에서 제외하는 역주행을 계속해왔다.
대입 수능시험에서 국사가 선택과목이 되면서 국사를 기피하는 비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수능 사회탐구 영역이 과목별 출제로 옮겨진 2005학년도 수능부터 국사는 선택과목으로 바뀌었다. 2005학년도 수능에서 문과생의 국사 선택 비율은 전체의 27.7%였으나 2013학년에서는 12.8%에 불과했다. 이러다 보니 대학에서 처음 한국사를 배우는 학생이 늘어나 안중근과 안창호를 헷갈려 이해하고 허균과 허준마저도 착각하기도 한다. 신라, 고려 및 조선이라는 역사가 어느 시대에 존속한다거나 시대를 이끌어간 주요 인물과 문화에 대해 알지 못하는 몰역사인식의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국어와 국사는 필수적으로 학습해야 할 대상이다. 사회탐구의 한 영역에 넣어 교양의 하나로 자신의 구미에 맞게 선택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2005년 이전엔 필수로 지정됐던 국사가 세계화의 논리와 수험생에 대한 부담 감소의 논리로 필수과목에서 제외한 것을 일시적인 잘못으로 인정하고 다시 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해 청소년들이 체계적으로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외우는 과목으로 인식된 국사를 보다 흥미롭게 이해하도록 하는 방식을 연구해야 한다. 교과서를 보다 시각화하고 과거와 현재의 비교, 자국사와 타국사의 비교 분야가 체계적으로 서술돼야 할 것이다. 자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인식과 공감은 그 나라 국민을 공동체 의식으로 묶어주는 한편 세계와 비교할 수 있는 시야를 넓혀준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이유와 정체성을 확보해주고 법고창신(法古創新)의 지혜를 찾아 발전적인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세계적인 최고경영자(CEO)도 인문학적인 영감이 자신의 사업 성공에 결정적이었다고 회고했고 최근에는 대기업에서도 역사ㆍ철학 등 인문학에 대한 특강을 활성화하고 그 중요성을 강조하는 추세이다. 그런데 입시에서 거의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정작 국가의 장래가 걸린 청소년들은 국사는 안 배워도 그만인 분야로 인식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익ㆍ안정복ㆍ정약용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실학자들은 저술을 통해 역사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한말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활약한 신채호와 박은식은 국사 연구를 독립운동의 방편으로 삼았다.
단순암기보다 흥미롭게 이해토록 해야
현재 대한민국은 창덕궁ㆍ조선왕조실록 등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을 다수 보유한 역사와 문화유산 강국이다. 이것은 우리의 유구한 역사와 선조들의 투철한 역사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세계적으로도 내세울만한 성과물이다. 역사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성찰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제도적으로 확보돼 역사에서 새로운 힘을 찾을 수는 있는 시대를 만들어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