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940원선 재붕괴…"마지노선은?"

원.달러 환율이 최근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930원대로 떨어졌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특별한 마지노선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 환율이 상반기내 920원대로 진입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당국의 개입에 기대기보다는 스스로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 환율 940원선 재붕괴..8년반만에 최저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개장 즉시 940원을 밑돈 뒤 손절매도로935.50원까지 떨어졌다. 환율이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997년 10월24일 929.50원 이후 8년6개월여만에최저치를 경신한 것이다. 최근 환율 하락세는 국내외 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이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을 내비친 데 이어 중국과 유로권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자 고금리 통화로서 달러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7개국(G7)의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 절상 압력도 지속적인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이날 환율의 930원대 진입은 최근 공격적인 개입을 통해 환율 급락세에 제동을 걸었던 외환당국이 방어에 나서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난주 20억달러로 추정되는 대규모 달러매수 개입에 이어 전날도 개입에 나서며 940원선을 지켜낸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 전문가 "당국 마지노선 없어..기업 스스로 대비해야"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당국이 속도 조절을 통해로 환율 급락세를 제어할 수는 있지만 방향을 바꾸거나 장기간 일정 수준을 지키는 개입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달 외환보유액이 55억5천만달러 급증하며 2천200억달러를 넘어선 상황이라시장 흐름을 무시한 개입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주 대규모 개입 역시 환율이 한달만에 970원선에서 930원대로 직행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해석됐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920원대로 진입하고 장기적으로는 900원선 이탈을 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KB선물 오정석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조만간 920원대로 하락할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며 "당국 개입 여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증시에서 외국인이 주식 매수세로 돌아선 상태라 특정 수준을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놓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씨티은행 오석태 팀장도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달러 약세 영향으로 3개월내 920원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유지한다"며 "당국이 940원선 방어를 고수하지않을 것으로 보여 환율의 바닥과 전환점은 개입이 아닌 경제 펀더멘털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국의 방어만 믿고 환위험 헤지에 손을 놓고 있는 기업들이 자체적인 대응에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은행 최근환 차장은 "환율이 기업이나 은행 모두 부담스러운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추가로 급락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만 당국 개입에 기댔다가 무방비로 당했던 경험이 많았던 만큼 기업들은 냉정한 분석을 통해 자체적으로 대응할 필요가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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