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배심원 평의가 진행 중인 애플과의 특허침해 손해배상 재판을 중단해달라고 미국 법원에 긴급 요청했다. 애플이 권리를 주장하는 특허 상당수가 효력을 완전히 상실한 만큼 재판을 진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사실상 승부수를 띄운 셈으로 재판 자체를 무효화시키겠다는 속내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21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 변호인들은 20일(현지시간) 재판이 열리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 지원에 특허침해 손해배상 재판을 중단해달라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재판에서 다뤄지는 미국 특허 제7,844,915호(이른바 '915' 특허)의 모든 청구항에 대해 미국 특허상표청(USPTO)이 이날 무효 판정을 내린 점을 근거로 재판이 성립될 법적 근거가 희박하다는 주장이다. 삼성 측은 "USPTO의 이번 결정으로 특허가 (최종적으로) 무효가 될 경우 배심원들이 평결을 내리더라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재판 절차를 계속하는 것이 시간과 자원의 낭비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특허청으로부터 무효 판정을 받은 애플의 기술은 일명 '핀치 투 줌(915)'으로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기술이다. 애플은 배상액 재판에서 이 특허권의 침해에 대해서만 약 1억1,400만달러의 배상액을 요구하고 있다. 핀치 투 줌 특허권은 지난해부터 미국 특허청에서 연이어 무효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 7월에 또다시 무효 판정이 나온 것. 특히 미국 특허청은 7월 무효 판정을 하면서 '최종(final)' 결정이라는 표현을 썼다.
물론 7월 판정으로 애플의 핀치 투 줌 특허권이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애플에 반박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특허권이 최종적으로 무효가 확정되려면 3~4년 정도 이런 과정을 거치게 된다. 루시 고 판사가 삼성 요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배상금 재산정을 위한 재판은 바로 중단된다. 고 판사는 아직까지 삼성 요청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