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돈을 빌려준다고요? 그게 다 빚입니다. 빚지고 장사하면 결국 망합니다."
서울 신수동에서 'K마트'를 운영하는 김석환(53)씨는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책에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라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기업형슈퍼마켓(SSM)에 대한 대책으로 지난해 정부는 동네슈퍼에 대해 프랜차이즈형 슈퍼인 나들가게(스마트숍)를 오는 2012년까지 1만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연내 전국에 2,000개의 나들가게 설립을 목표로 현재 중소기업청에서 신청을 받고 있다. 지자체별로도 영세자영업자 지원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서울신용보증재단은 시내 소형 슈퍼마켓 등 영세 소매업자에게 1억원 한도에서 시설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나들가게 육성 특례보증'을 시행한다.
서울시내에서 매장면적 300㎡ 이하의 슈퍼마켓, 식료품 소매업, 기타 음식료품 위주의 종합 소매업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하며 심사 결과 '나들가게' 육성 대상으로 선정되면 1년거치 4년 분할상환으로 기획재정부 고시 공공자금관리기금 이자율(3월 기준 4.89%, 변동금리)보다 0.33%포인트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정부의 지원 대상인 영세자영업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강서구 화곡동에서 생활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이필규(46)씨는 "전국의 골목가게가 13만개다. 올해 2,000개를 시작으로 2012년까지 1만개를 만들겠다는데 그럼 1만개를 뺀 12만개는 망하라는 거냐. 나들가게나, SSM이나 우리 같은 상인 입장에서는 별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또 저리 융자라는 정부의 지원책에도 냉담하다. 결국 빚이 되는 것이고 실컷 가게를 고쳐놓았는데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슈퍼뿐만 아니라 음식점 등의 기업형 프랜차이즈 확대에도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이미 치킨ㆍ피자 등 외식업체는 대부분 기업형 프랜차이즈에 잠식이 돼가고 있는데다 일반 음식점까지 기업형 프랜차이즈가 치고 들어와 설 자리가 없어 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기업청이 프랜차이즈 수준평가를 실시해 '옥석 가리기'에 나선다고 하지만 관행으로 굳어진 프랜차이즈 업계의 불공정 거래를 개선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지적됐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난해 정부의 프랜차이즈 육성대책이 가맹점 보호 차원에서는 후퇴했다고 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