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치솟아 실질소비는 '마이너스'

작년 4분기 가구당 月소득 3.3% 증가 그쳐
평균 소비성향도 전년동기보다 1.2%P 하락
참여정부 5년간 소득·분배 양극화 더 심화


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내수경기를 뒷받침해온 소비가 꺾이기 시작했다. 그런 와중에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소득 격차는 더 크게 벌어져 분배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특히 고소득 근로자의 연령층은 점차 낮아지고 고령층은 저임금 근로자로 밀려남에 따라 고령화와 맞물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4ㆍ4분기 실질소득 ‘0’, 실질소비 ‘마이너스’=통계청이 14일 발표한 ‘2007년 4ㆍ4분기 및 연간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4ㆍ4분기 전국 가구당 월평균소득은 327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 2005년 3ㆍ4분기 2.1%를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지출도 전년 동기비 1.6% 증가한 221만7,900원에 머물렀다. 물가 상승을 감안하면 소득이나 지출 모두 전년 대비 나아진 것이 없다. 4ㆍ4분기 실질소득은 0%에 그쳤으며 실질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1.7%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실질소비지출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보인 것은 2006년 3ㆍ4분기 이래 처음이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도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낮아진 77.6%에 그쳤다. 통계청은 “추석 명절이 2006년 4ㆍ4분기에서 지난해에는 3ㆍ4분기로 옮겨감에 따라 소득과 소비지출이 둔화된 것으로 집계됐다”며 “추석 효과가 상쇄되는 하반기 지표를 보면 소득은 전년 동기비 5.3%, 소비는 4.7%의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단순한 추석효과로만 보기에는 위험한 조짐이라고 풀이한다. 송태정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추석효과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악화와 심리적인 위축의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며 “지난해 4ㆍ4분기에 임금상승률이 둔화되고 소비재판매가 떨어지는 등 다른 지표들을 감안할 때 둔화의 조짐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전국 가구 월평균소득이 322만5,000원으로 전년 대비 5.1% 증가했으며 소비지출은 221만1,600원으로 4.3% 늘어났다. 다만 실질소득 증가율은 전년비 0.3%포인트 낮아진 2.5%, 실질소비지출은 0.2%포인트 줄어든 1.7%에 그쳤다. 평균소비성향도 78.8%로 전년(79.3%) 대비 0.5%포인트 하락해 2003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참여정부 5년간 소득분배 차이는 해마다 벌어져=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격차도 날로 벌어지고 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전국가구의 소득분배 형평성은 해마다 악화돼 소득기준 지니계수는 2003년 0.341에서 2007년에는 0.352로 악화된 상태다. 지니계수란 소득이 얼마나 균등하게 분배되는지를 0에서 1까지의 수치로 나타내는 것인데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소득의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다는 뜻이다.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몇 배인지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도 지난해 7.66배에 달해 전년 7.64배보다 높아졌다. 소득 5분위 배율도 2003년 7.23배에서 2004년 7.35배, 2005년 7.56배, 2006년 7.64배로 5년 동안 꾸준한 상승 추세를 보여 참여정부 내내 소득분배 형평성이 악화됐음을 반영했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배분 형평성도 악화됐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 지니계수는 2003년 0.306에서 지난해에는 0.313으로 높아졌고 소득 5분위 배율도 2006년 5.38배에서 지난해에는 5.44배로 높아졌다. 특히 이 같은 소득 불균형은 근로소득(임금)에서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위 20% 임금 근로자의 소득증가율이 9.0%에 달한 반면 하위 20%의 소득증가율은 불과 1.3%에 머물렀다. 게다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 고소득직은 젊은 층이 차지하는 반면 갈수록 늘어나는 고령자 가구주는 소득이 줄어들어 고령 빈곤자와 젊은 고소득자의 양극화 문제가 심화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도시근로자가구 가운데 소득 하위 20%의 가구주 평균 연령은 2006년 45.7세에서 지난해 46.24세로 높아진 반면 상위 20%의 평균 연령은 44.73세에서 지난해 44.66세로 오히려 낮아졌다. 재경부는 “고령 빈곤현상으로 소득분배가 호전되지 못하고 있다”며 “일자리 창출을 통한 저소득층 소득능력 향상과 함께 노후소득 보장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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