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라는 벼랑끝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되돌려 주실 것을 간절히 호소 드립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한 31일 이른 아침.윤여철 현대차 사장은 4만3,000여 조합원들을 향해 '무분규 타결'염원을 담은 간절한 호소문을 배포했다.윤사장은 이어 이날 오후에는 노조 사무실을 전격 방문, 이상욱 금속노조 현대차 지부장에게 '전향적 노사협상 재개'를 요구하기도 했다.
현대차 노조가 연례적인 파업 수순에 돌입한 가운데 노사 양측의 달라진 협상태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노사는 첨예한 노사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서로들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지만 '막판 대 타결'을 염두에 둔 듯, 노사 모두에게서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윤여철 사장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노조 사무실을 전격 방문, 이상욱 지부장과 약 25분간 면담을 가졌다. 파업수순중인 노조 대표를 사장이 직접 방문한 것은 현대차 임단협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윤사장은 노조 방문뒤 기자들에게 "오는 3일 본교섭에 임해달라는 뜻을 전했다"며 "파업은 그야말로 최후 수단이 되어야 하고, 파업이 있기 전까진 모든 대화의 창구를 활짝 열어야 한다"는 뜻을 이 지부장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윤사장은 또 "지금껏 회사가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했듯 본교섭이 재개되면 전향적인 협상자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뜻을 강력하게 전했다"고 덧붙였다.
윤사장은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직원들에게 보낸 호소문을 통해 "이번 투표가 가지는 의미는 과거와는 분명 다른 현대차의 새로운 노사관계를 위한 선택"이라며 "고객과 국민들에게 실망을 줘 더큰 위기를 자초할지 여부는 여러분들의 선택에 달렸다"고 파업자제를 호소했다.
회사측의 이 같은 협상노력과 맞물려 노조측도 예년과는 확연하게 달라진 분위기를 보이고있다. 이상욱 지부장은 이날 윤여철 사장과의 면담직후 기자들에게 "협상 시작 전부터 올해 협상은 원만하게 해결하자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회사가 조합원들을 납득시킬만한 수준을 제시한다면, 우리도 조합원들에게 이 같은 뜻을 물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지부장은 특히 "쟁의를 결의한 상태에서도 실무교섭을 계속하는 것은 시민과 조합원들의 뜻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뜻이다"고 강조, 막판 대타협의 여지가 충분히 있음을 내비쳤다.
한편 노조측은 "기존 이동식(일명 통돌이) 투표 방식이 공정성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본지 8월29일자 27면)에 따라 이날 투표에서는 각 공장별 지정 장소에 기표소를 설치,철저한 비밀투표로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