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한 지난 25일 흰 눈이 내렸다.
새 정부의 조직개편은 ‘대부처주의’ 기조가 크게 훼손되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새 정부 최대 부처인 ‘지식경제부’는 타 부처명과 달리 언뜻 보아 무슨 일을 하는 부처인지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지만 현 경제의 트렌드를 반영하고 우리 산업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식기반경제란 여러 형태의 지식과 정보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공유ㆍ확산ㆍ활용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제고하고 나아가 국민 생활수준을 향상시키는 경제를 말한다. 기술과 정보를 포함한 ‘지식’이라는 자원을 활용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존의 노동집약적ㆍ자본집약적 구조에서 지식집약적ㆍ기술집약적 산업구조로의 전환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패러다임인 것이다.
지식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단계별 전략은 크게 ▦정보기술(IT)ㆍ바이오기술(BT)ㆍ나노기술(NT) 등과 제조업의 접목 ▦지식집약서비스의 비중 확대 등이 있다. 이 중 우리 경제가 처한 여건으로 봐서는 가장 시급한 것은 기존의 제조업을 고부가가치 기술기반산업으로 전환하는 과제다.
잘 짜여진 설계도가 있어도 훌륭한 목공이 없으면 좋은 건축물을 만들 수 없는 것처럼 획득한 정보와 습득한 지식도 상품제조와 마케팅ㆍ서비스에서 발휘하지 못하면 이는 대학 논문이나 보고서에 지나지 않는다. 기술ㆍ정보ㆍ지식을 제대로 집약해 산업에 체화시키는 것이야말로 지식기반경제로 가는 최고의 전술이다.
우리나라의 전반적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 대비 약 60~70% 정도로 평균 5.8년의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나 LCD 등 몇몇 분야에서는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융합 및 원천기술은 선진국과 큰 격차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연구개발(R&D) 투자금액은 일본의 4분의1, 미국의 11분의1 수준으로 턱없이 적다. 이는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근시안적인 접근방법 때문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이나 당장 회수되지 않는 R&D 투자를 꺼리는 환경 등은 좋은 머리와 뛰어난 손재주를 지닌 우리 국민이 높은 기술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만든다.
산업과 기술에 대한 인식의 변화, R&D 친화적 제도의 뒷받침, 과학기술 인력 양성과 영재교육을 위한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 세계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명품 가방이 자동차 한대 값에 팔리고 시장에서 팔리는 재킷의 원료로 인공혈관을 만드는 마술과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을 활용하면 지식산업으로의 전환은 멀지 않은 시기에 이뤄질 것이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정부와 발맞춰 고부가가치 첨단기술을 활용한 제품을 만들고 양질의 정보를 활용해 마케팅하고 고도의 지식으로 서비스를 해보자. 진정한 지식경제시대를 우리 모두가 힘차게 열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