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한 것은 위험한 도박이다. 만약 지상군 투입의 목적이 과격 무슬림 단체인 하마스가 보유한 로켓을 줄이는 것이라면 성공하겠지만 팔레스타인에서 하마스를 축출하는 것이라면 실패할 것이다.
어찌 됐던 이번 사태로 수많은 민간인 희생자가 나오고 있고 아랍 및 팔레스타인 내 온건주의자들의 정치적 입지도 크게 약화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외무장관으로 집권 카디마당을 이끌고 있는 치피 리브니와 국방장관이자 카디마당과 연합정권을 형성하고 있는 노동당 당수인 에후드 바라크가 주도하고 있다. 두 정치인은 오는 2월 총선에서 극우 매파인 전 총리 벤야민 네탄야후를 이겨야 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선택은 이스라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6년 레바논 침공 당시에도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34일 만에 물러난 전력이 있다. 같은 일이 또 한번 발생해 이스라엘의 전쟁 억지 능력에 대한 신뢰만 손상시킬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하마스는 그간 헤즈볼라를 모방해왔다. 하마스는 시아파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선에서 힘의 균형을 만들어낸 것처럼 남부 이스라엘에서도 이 같은 일을 재현하겠다는 망상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전투력을 업그레이드해왔다.
하마스는 객관적 전력상 수세가 분명하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대가 미로 같은 가자 지구에 들어온 이상 얘기는 달라진다. 과거에도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를 완전 장악하거나 하마스를 궤멸시키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이스라엘은 이번 공습을 하마스를 응징하기 위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절반의 진실도 담고 있지 못하다. 2006년 2월 팔레스타인 총선에서 이스라엘과의 협상을 주장하는 온건파 ‘파타’를 누르고 하마스가 승리하자 가자 지구를 봉쇄해온 이스라엘의 책임도 크다.
현시점에서 시급한 것은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협상을 재개하고 합의를 도출하게끔 휴전을 중재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대한 봉쇄를 풀고 팔레스타인도 선거를 통해 강경 일색의 지도부를 개편하는 것이 휴전의 전제가 될 것이다.
미국의 버락 오마바 차기 대통령도 2002년 포괄적 중동평화협상 등에 기초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