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의 세계 100대 코스 탐방] 정통 프라이빗 클럽, 서닝데일



[서울경제 골프매거진] 영국 런던의 서쪽 버크쇼어에 위치한 서닝데일 골프클럽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정통 프라이빗 클럽이다. 2007년 골프매거진 선정 '세계 100대 코스'에서 당당히 38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2시간의 비행끝에 런던공항에 발을 내디딘 때는 2003년 6월이었다. 서닝데일을 찾은 목적은 클럽 나인브릿지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었다. '정통 프라이빗 클럽은 어떤 의미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 위협적인 벙커에 까다로운 코스 서닝데일은 캠브리지의 세인트 존스 대학이 소유한 땅에 지어졌다. 1901년에 올드코스가 완성됐고, 1923년 뉴코스가 모습을 드러내 36홀로 운영되고 있다. 올드코스는 윌리 파크 주니어가 설계했다. 미국 파인밸리의 설계를 도왔던 H.S. 콜트는 서닝데일의 첫 캡틴이었다. 여기에다 뉴코스의 설계를 맡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지난달 소개한 파인밸리와 서닝데일은 코스설계 개념이 매우 비슷하다. 바로 자연친화적인 코스라는 것이다. 특히 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 폭격으로 생긴 구덩이들이 아직도 남아 있어 또다른 자연스러움을 더하고 있다. 코스 곳곳에는 103개에 달하는 벙커가 똬리를 틀고 있다. 벙커 에지엔 풀이 무성하다. 작은 나무들도 자란다. 따라서 플레이어가 벙커에 서면 엄청난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다. 특히 4번(156야드), 8번(173야드), 1번(185야드), 15번(239야드)홀로 구성된 파3 홀은 거리가 다양하고 모양새도 제각각이어 인상적이다. 또한 파인밸리의 자연러프처럼 황야에서 자라는 관목이 우거진 히스랜드(heathland)를 넘겨야 하는 홀이 많아 공략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처음엔 일부 인사들이 여기는 도저히 잔디가 자랄 곳이 아니라며 코스 조성에 극구 반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가 지금은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명 코스로 회자되고 있다. 이처럼 자연친화적이면서도 관리비용을 대폭 절감해주는 코스조성 방식은 한국 골프코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일깨워주는 좋은 사례라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파인밸리와 서닝데일은 골프의 과거이자 미래가 아닐까? 이곳의 상징은 떡갈나무(oak)다. 올드코스 18번홀과 클럽하우스 옆에 거대한 떡갈나무가 위용을 자랑하며 버티고 서있다. 경사진 홀에서 이 나무를 보고 어프로치샷을 하도록 배려해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뉴코스에도 커다란 떡갈나무가 있었지만 벼락을 맞아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고 한다. # 골프를 통한 진정한 클럽 멤버십 서닝데일의 멤버가입은 까다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남자는 핸디캡 14이하, 여자는 24이하여야 한다. 챌린지 코스라 어렵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주중에 언제나 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 개를 동반하는 것도 허용된다. 그러나 게스트와 함께하는 경우라면 오후에만 라운드가 가능하다. 게스트는 핸디캡 18이하로 제한되며, 소속 클럽의 소개서와 핸디캡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여성은 정회원이 없다. 대신 기부금을 내고 플레이 권리를 부여받는 '여성연합멤버'라는 연간회원제로 운영된다. 또한 손 카트나 전동카트를 사용하려면 건강진단서를 제출해야 한다. 라운드도 3시간45분 이내에 마칠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저녁식사는 없고 점심식사만 제공되는 것도 특이하다. 특히 일요일 점심식사를 위해서는 넥타이와 재킷 착용이 필수다. 하지만 최근에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평상복 차림으로도 입장할 수 있는 별도의 룸을 운영하고 있다. 서닝데일을 관리하고 책임지는 캡틴의 면모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웨일스의 왕자와 왕가의 일원인 요크 공작도 한때는 이곳의 캡틴이었다. 영국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인 조지 6세도 캡틴을 역임한 적이 있으며, 특히 여왕의 남편 에디버그 공작은 서닝데일의 회원이기도 하다. '철의 여인'으로 유명했던 마가렛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남편인 데니스 대처도 이곳의 멤버다. 영국이란 사회는 과거 대영제국의 화려했던 시절 탓인지 지금도 알게 모르게 신분 구분이 엄격하고 차별도 심한 편이다. 그러나 서닝데일에서만큼은 예외다. 회원으로서 모두가 동등하다. 그만큼 신분이 비슷해서일 수도 있겠다. 회원들은 허물없이 상호 교류하며 골프를 즐긴다. 골프를 통해 인간 관계를 맺어간다. 진정한 프라이빗 골프클럽의 요체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오는 6월초 나인브릿지에서 펼쳐지는 제7회 WCC는 이런 프라이빗 클럽 멤버들의 화합과 교류의 장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정통 베스트 프라이빗'을 지향하는 제주도 클럽나인브릿지와 여주의 헤슬리나인브릿지 회원들을 초청해 세계 클럽챔피언들과 암-암(아마추어 대 아마추어) 대회도 벌이고 멤버들간 친교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지위고하를 떠나 프라이빗 클럽 안에서 동등한 회원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훌륭한 사교 문화. 유럽 최고의 골프에 대한 열정을 공유한 200여 명의 설립회원으로 태어난 서닝데일은 진정한 클럽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일깨워준다. - 필자인 김운용 클럽나인브릿지 대표이사는 골프에 대한 지식 및 기여도, 세계 100대 코스 중 50곳 이상의 라운드 경험 등 까다로운 조건을 모두 채우고 지난해 10월 한국인 최초로 골프매거진 세계 100대 코스 선정위원으로 위촉됐으며, 본지 한국 10대 코스 선정위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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