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보조금의 두 얼굴

내년 3월 만료 '보조금 금지' 놓고 존폐논란 증폭
'소비자 가입부담 완화' vs '이용요금인하 가로막아 소비자후생 악화'
시민단체ㆍKTFㆍLGT "보조금 계속 금지해야"… SKT "사업자 자율로"

'현행대로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을 금지하라'(KTF, LG텔레콤) '휴대전화 보조금 금지 연장의 혜택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 돌아가야 한다'(시민단체) '휴대전화 보조금 지급은 사업자 자율에 맡겨라'(SK텔레콤) 내년 3월로 만료되는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조항을 둘러싸고 존폐논쟁이 다시 한번 달궈지고 있다. 최근에는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성과를 살펴보고 향후 운영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리기도 했다. ◆휴대전화 보조금이란 휴대전화 보조금은 이동통신사가 소비자들의 높은 단말기 구입비용을 낮춰 가입(신규, 전환)을 촉진시키기 위해 단말기 가격의 일정 부분을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소비자의 가입비용을 낮춰 가입을 촉진시키기 위한 일종의 요금전략인 셈이다. 이통사는 보조금 지출 손실을 이용료를 통해 회수하며 이를 위해 일반적으로 의무가입 기간을 설정한다. 휴대전화 보조금은 소비자들이 가입당시에 의무가입 기간에 대한 부담보다는 단말기 구입비용에 대한 부담 경감을 더 크게 인식하므로 가입행위에 큰 영향을 미친다. 품질경쟁은 장기간에 걸쳐 효과가 발생하지만 단말기 보조금은 단기간에 효과를볼 수 있는 데다 단말기 종류에 따른 차별화된 보조금 전략을 통해 소비계층별 가격차별화가 가능해 사업자들이 선호한다. ◆보조금의 두 얼굴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말기 보조금으로 가입장벽이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고가의 단말기가 가입의 중요한 장벽인데 보조금을 통해 가입 부담이 완화되기 때문이다. 또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단말기 기능 개선이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단말기보조금을 통해 새로운 단말기를 구입, 개선된 기능을 향유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가입자 규모가 커질수록 단말기 업계 및 전체 이동전화 시장의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존 가입자들은 신규 가입자에 대한 단말기 보조금 지급에 따른 사업자들의 마케팅 비용 증가로 이용요금 추가인하가 지연되거나 억제되는 등 소비자 후생이 악화된다. 최근 열린 '이동통신시장의 단말기 보조금 규제의 성과 및 향후 운영 방안' 세미나에서 단말기 보조금 금지로 인한 소비자 분당 비용 감소분이 최소 8.8원에서 최대 37.6원이라고 밝힌 이상용 한양대학교 정보통신대학 교수의 주장은 이를 잘 반증해주고 있다. 경쟁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해도 의무가입 기간으로 인해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 하면 반대로 잦은 단말기 교체로 인한 국가 자원 낭비와 해외 특허료 지급에 따른 국부 유출도 문제다. 무엇보다도 단말기 보조금 부담에 따른 사업자의 지출 증가로 품질경쟁 등 서비스 향상을 위한 투자 여력이 축소돼 소비자의 고품질 서비스 향유기회가 감소한다. ◆보조금 제도 변경 추이 휴대전화 보조금은 이통시장 초기 시장자율에 일임하다 2000년 6월부터는 이용약관에 보조금 금지조항을 넣어 이용약관 위반으로 제재를 가했다. 이후에 사업자의 위반행위가 지속되고 약관에 규정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제한하는 것에 대해 위법성 논란이 일자 2002년 12월에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 2003년3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했다. 그러나 2004년 4월에는 통신시장의 건전한 발전과 소비자의 이익 증진을 목적으로 신규 서비스 단말기에 대해 전기통신사업법에 보조금 허용의 예외근거를 마련했다. 보조금이 허용되는 단말기는 PDA 2.7인치 이상 PDA와 WCDMA(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로 불리는 2GHz IMT-2000 단말기로 각각 최대 25%와 40%까지 허용된다. ◆보조금 편법 지급 '여전' 2000년 6월부터 보조금 지급이 금지됐음에도 이통사들은 가입자 유치에 따른 판매장려금이나 가입자 유지 및 관리수수료 등의 명목으로 대리점이나 판매점에 불법리베이트를 제공, 간접적인 단말기 보조금 지급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 정보통신부가 최근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단말기보조금 규제가 본격 적용된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SKT는 1조8천583억원의 리베이트를 썼으며 KTF와 LGT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각각 6천218억원과 2천596억원의 리베이트를 지출했다. 이에 따라 이통3사와 KT가 정통부 산하 통신위로부터 5년 6개월동안 54건에 대해 1천555억원의 과징금 처벌을 받았다. 사업자별로 SKT는 13건에 대해 804억원, KTF는 16건에 대해 396억5천만원, LGT는 14건에 대해 214억3천만원, KT는 9건에 138억원, SK글로벌 2건에 대해 2억원을각각 부과받았다. 영업정지의 경우 SKT 70일, KTF 50일, LGT 50일, KT 30일, SK글로벌 3개월에 각각 달했다. 특히 SKT는 지난 5월 통신위의 조사기간에도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사상 최대규모인 23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했다. 여기에 올 초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앤큐리텔 등 휴대전화 단말기제조 `빅3'가 단말기 모델과 공급물량에 따라 대리점에 1만∼10만원의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심각성을 더해줬다. 제조업계의 판매장려금 지급은 정통부 산하 통신위원회가 제재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데다 단말기 판매가격의 최대 20∼30%에 달하는 액수여서 새로운 형태의 공정경쟁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 사례가 주는 시사점 핀란드의 경우 단말기 보조금을 금지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보조금 대신 가입자유치를 위해 무료통화시간이나 기타 다른 경품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유럽 국가는 보조금을 허용하고 있다. 유럽은 GSM방식이어서 가입자식별모듈(심.SIM) 카드만 바꾸면 전환가입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즉, 보조금을 허용하더라도 가입자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워 보조금이 지급된다해도 경쟁이 저해될 소지가 적다. 더욱이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높고 단말기 가격은 낮으므로 회수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보조금을 지급하더라도 의무사용기간 내에 회수가 가능한 실정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신규 가입시 지급하는 보조금이 가입자를 묶어두는 효과가 커서 경쟁을 저해할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선ㆍ후발 이통사 보조금 금지 존폐 놓고 '평행선' 후발사업자인 KTF와 LGT를 비롯해 시민단체는 보조금 금지 연장을 바라는 반면SKT는 보조금을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후발사업자들은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불법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 지급이 허용될 경우 신ㆍ구 가입자간 차별 등의 부작용이 다시 재현되고 선발사업자가 자금력을 바탕으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시장이 왜곡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위평량 전임연구원은 최근 열린 보조금 관련 세미나에서"보조금 금지 연장의 혜택이 궁극적으로 소비자에 돌아가야 한다"며 "영구적이 아니라 1번 정도 보조금 금지 조항을 연장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그 이후에는 사업자간신사협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KT는 이에 대해 이통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휴대전화 보조금을현행처럼 묶어두는 것은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편익 차원에서 불합리하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KTF PCS 재판매를 하고 있는 KT는 원칙적으로 휴대전화 보조금 금지조항이 한시법이므로 폐지 돼야 하지만 시장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에 충분한 논의가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자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가운데 휴대전화 보조금 존폐의 결정권을 쥐고 있는 정통부는 고심하고 있다. 정통부는 연구용역이나 공청회 등을 통해 9월까지 새로운 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국기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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