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홍콩도 투자이민 장려 정책 제동

부동산 취득자에 영주권 부여 조치 잠정 중단키로

글로벌 투자자금 유치를 위해 투자이민을 장려해 오던 홍콩이 부동산 버블 우려가 고조됨에 따라 기존 정책에 제동을 걸었다. 홍콩 정부가 급등하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부동산 취득자에게 영주권을 부여하던 조치를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도널드 창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외국인들의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제정한 투자이민법(Capital Investment Entrant Scheme)에서 부동산 관련 부문을 한시적으로 삭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외자금의 급격한 유입으로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릴 조짐을 보인다는 판단 하에 내린 결정이다. 홍콩에서는 지난 2003년 외국인 투자 활성화를 목적으로 발의된 투자이민법에 따라 외국 투자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따른 손익을 실현하고 영주권을 획득하기 위해 의욕적으로 부동산을 사들였다. 특히 홍콩은 투자를 통해 영주권을 획득한 사람에게는 일반 거주자보다 낮은 소득세를 부과함으로써 글로벌 투자자들을 끌어 모아 왔다. 이에 따라 홍콩 부동산 시장에는 투자자금이 물밑 듯이 밀려 들어왔다. FT에 따르면 올 들어 영주권 획득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투자 금액은 84만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릴 조짐을 나타내자, 홍콩 당국은 정책 궤도를 급선회하기로 했다. 영주권 목적의 투자는 전체 부동산 투자 금액 가운데 1%에 불과하지만, 홍콩 당국은 열기를 식히기 위해서 '부동산 투자이민법'이라는 상징적인 조치를 당분간 폐지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이들은 홍콩 부동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중국 본토 투자자들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홍콩으로 이주해서 본토보다 상대적으로 질 좋은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받기 위해 의욕적으로 홍콩 부동산에 투자해 왔다. 신문에 따르면 투자이민법이 발의된 2003년 이후 지금까지 홍콩 영주권을 신규 획득한 8,154명 가운데 5분의 4는 본토의 중국인인 것으로 집계됐다. 창 행정장관은 "영주권 획득을 목적으로 한 부동산 투자금액이 전체 부동산 투자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치솟는 집값을 잡는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집값이 안정되면 부동산 관련 투자이민법을 다시 부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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