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청년, 中 최고갑부 되다

중국 최고 갑부 황광위의 승부- 우아룬 지음, 황금나침반 펴냄
황광위 궈메이그룹 회장 성공 일대기
박리다매·유통혁신·마케팅기법 소개



2004년 10월11일. 매년 중국 최고의 부호를 발표하는 후룬(胡潤) 연구소가 그해 중국 최고 부자들 명단을 공개했다. 1위는 황광위(黃光裕) 궈메이(國美)그룹 회장. "황광위? 도대체 누구야."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중국 부호 서열에서 한참 뒤쪽에 붙어 이름조차 찾기 힘들었던 사나이. 후룬 연구소 발표에 고개를 갸우뚱 하던 사람들은 5개월 뒤 2005년 3월 세계적 권위의 '포브스'지 기사에 또 한 차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691명의 세계 갑부 명단 안에 그의 이름은 437위로 413위인 룽즈젠(榮智健)에 이어 중국 두번째 부자로 당당히 새겨졌다. 룽즈젠은 중국투자신탁공사의 홍콩 자회사인 중신타이푸의 최고 경영자. 룽즈젠이 엄청난 집안 배경을 등에 업은 인물이라면 황광위는 말 그대로 빈털터리로 출발해 성공한 '자수성가'형 인물이다. 1969년 중국 남부 광둥성 벽촌에서 태어난 황광위. 1985년 끼니를 이을 돈이 없어 열여섯살에 중학교를 중퇴하고 무작정 고향을 떠나 북부 네이멍구에서 행상을 시작했다. 1년 후 상경한 베이징에서 전자대리점 궈메이전기를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중국 대륙의 유통업계를 장악해 나간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북방의 늑대', '가격 킬러'라고 부른다. 결코 부드러운 시선을 담은 말들이 아니다. 그가 펼친 무지막지하게 공격적인 저가정책은 그를 피도 눈물도 없는 '훼방꾼' '독종' 상인으로 몰아 세웠다. 하지만 저자는 그를 '중국의 샘 월튼'이라고 부른다. 그는 중국 유통업계 사상 처음으로 유통 방식에 변혁을 시도했다. 중간상을 없애고 제조업체와 직접 접촉해 일괄 구매제도를 펼치고 가격을 낮췄다. '궈메이'라는 단일 브랜드로 베이징 시내 곳곳은 물론 전국에 체인점을 세워나가며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마케팅 기법도 달랐다. 그는 새 매장을 열 때마다 사람들의 머리 속에 확실히 각인될 만한 개장 행사를 벌였다. 그것도 여섯 차례나. 시험 영업, 개업 전야제, 정식 개업, 한달 후 가전절, 본사 매장 검수 통과, 일년 후 2차 개업등 모두 여섯번이나 특별 행사를 벌였다. 전철 역 앞에 '가전 제품을 사려면 궈메이로 오세요'라는 대형 간판을 세워 고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신문의 면과 면 사이에 접는 여백 부분 '중봉'을 활용한 광고도 그의 작품이다. 자신만의 독특한 시장 공략법과 경영 방법을 꼼꼼히 적어 놓은 '경영 관리 수첩'은 경쟁자들과 후발업체들이 로비를 통해 빼내려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00년 이후 그는 부동산에도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건설업을 무시하고는 중국 최고 기업으로 도약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리고 2004년엔 우회 상장을 통해 궈메이전기를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하고 세상에 중국 최고의 갑부로 화려하게 등장한다. 무일푼에서 시작해 연줄을 의미하는 이른바 '관시(關系)'가 지배하는 중국 시장에서 경쟁 체제를 도입해 승리를 거둔 황광위의 성공 궤적은 시장 경제 전환 이후 신화를 만들어가는 중국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전통적인 국영 업체와 생존 경쟁을 벌이며 최후 승리자로 우뚝 서는 황광위의 족적을 묵묵히 뒤따라 간다. 옷 장사부터 시작해 박리다매라는 경영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부동산과 인수 합병을 통해 성공을 거둔 황광위 회장의 날카로운 경영 감각을 혀를 내두르게 한다. 젊은 부호에 대한 400여쪽의 다큐멘터리 기록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실천의 중요성'이다. 황광위는 이렇게 말한다. "시장을 새롭게 발견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경영 방법을 터득하는 데에는 특별한 비밀이 없다. 누구나 생각해 낼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실제로 행동하느냐 하지 않느냐이다." 저자는 "황광위의 미래는 미지수"라고 말한다. 이 글을 무심결에 받아 들이는 독자라면 아직 젊은 부호의 미래니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다는 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의미는 다르다. 지금껏 이뤄 놓은 것에 비해 그의 나이는 젊다는 뜻이다. 그가 앞으로 이룰 것을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라는 것이다. 저자의 예감이 맞다면 독자들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을 조금 더 꼼꼼하게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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