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극복 자신감에 시장 활기…해외 매물도 호시탐탐

■ 재계 '국내외 M&A'에 승부 건다
삼성·현대차등 대기업들 자금 동원력 탄탄
"신사업 발굴·사업 다각화 절호의 기회" 판단
유화서 태양광까지 글로벌 무대로 영역 확장


주요 대기업들이 국내외 인수합병(M&A) 행렬에 너도나도 참여하는 데는 우선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은 경험을 살려 글로벌 금융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냈다는 자신감이 근저에 깔려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위기를 먼저 극복해낸 한국 대기업들에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좋은 기회가 온 것"이라고 진단한다. 수출 등 실적이 크게 호전되면서 실탄이 풍성해진 점도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외 M&A에 적극 나선 주요 배경이다. 아울러 최근 나온 매물이 알짜배기인데다 종합주가지수가 1,800선을 돌파하는 등 자본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도 기업들의 움직임을 빨라지게 하는 동인이 되고 있다. ◇위기극복에 자금 풍부=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의 유동자산은 60조원이 넘는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8조6,000억여원에 달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들일 여력이 충분하다. 삼성은 이를 바탕으로 M&A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삼성은 이미 지난 5월 신수종사업으로 정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 제약 ▦의료기기 등의 분야에서 M&A 등을 통해 빠른 성과를 낸다는 가이드라인을 정한 바 있다. 현대건설 인수전을 공식 선언한 현대차그룹은 4조~5조원의 현금을 재어놓고 조용히 인수준비를 해왔다. 하이닉스의 새 주인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가장 유력한 후보자인 LG전자는 비록 최근 들어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1조7,000억원 가까이 된다. 유동자산도 18조원을 넘는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인수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정준양 회장이 '거침없이' M&A를 하겠다고 밝힌 포스코도 즉시 사용 가능한 현금을 6조~7조원 보유한 재계의 '현금왕'이다. 지칠 줄 모르는 M&A 식욕을 과시하고 있는 롯데그룹은 부채비율이 50% 수준에 불과하고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기준 4조8,000억원에 달하는 등 M&A를 위한 자금동원력이 탄탄하다. ◇해외 M&A 급증 예상=해외 매물도 적극 소화하고 있다는 점도 최근 달라진 양상이다. 그동안 '우물 안 개구리'로 손가락질받던 상당수 내수 위주의 대기업들이 잇달아 해외 M&A를 성사시키며 글로벌 무대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 지금까지 해외 M&A의 선두주자는 두산그룹이었다. 두산은 미국의 중장비업체 밥캣, 체코의 스코다파워 등을 인수하며 그룹 사업구조를 바꿨다. 하지만 지금은 삼성ㆍ롯데ㆍ한화그룹 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SK그룹ㆍ포스코 등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사업 발굴 등 사업다각화의 핵심 수단으로 해외기업 M&A가 새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가장 적극적인 해외 M&A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롯데다. 7월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기업인 타이탄을 1조5,000억원에, 9월에는 필리핀 펩시를 1,180억원에 각각 인수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4위의 태양광 모듈업체인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사들인 한화그룹도 김승연 회장이 오는2011년까지 해외매출 비중을 4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해외 M&A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그룹도 중국 통합법인인 SK차이나가 7월 공식 출범함에 따라 M&A를 통한 현지화로 중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차이나는 신재생에너지와 모바일텔레매틱스(MIV), 스마트그리드 등의 분야에서 M&A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