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과 태국이 정치 혼란에도 불구하고 경제는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글로리아 아로요 대통령과 탁신 친나왓 총리가 각각 정치적 불확실성을 제거하는데 성공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정치불안이 심화될 경우 언제 경제로 불똥이 튈 지 모른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AFP통신 27일 보도에 따르면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국가 비상사태 해제를 늦추기로 했다.
이그나치오 분예 대통령실 대변인은 “당초 아로요 대통령은 이날 비상사태 해제를 선언할 예정이었으나 예기치 못한 해병대 사태로 해제가 늦춰지는 것을 국민들이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다.
비상사태 연장에도 불구하고 이날 필리핀 종합주가지수는 전거래일보다 19.43포인트(0.94%) 상승한 2,089.36을 기록하며 안정된 움직임을 보였다.
필리핀 페소화 가치도 달러당 52.20페소에서 52.14페소로 소폭 상승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로요 대통령이 정치적 불안을 해소하고 경제 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탁신 총리의 ‘거액 탈세’ 의혹으로 정치적 혼란에 빠진 태국의 금융시장도 정치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24일 탁신 총리가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을 발표하자 태국 증시는 전날보다 9.12포인트(1.2%) 오른 741.8포인트까지 상승했고, 이날도 한때 750포인트에 근접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태국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인 타놈삭 사하라차이는 “불확실성 해소로 증시가 의회 해산 결정 이후 5% 정도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필리핀과 태국 경제가 ‘불안한 안정’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정치와 경제는 서로 영향을 주는 동전의 양면과 같기 때문이다.
27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에 따르면 필리핀 최대 증권사인 필리핀에쿼티파트너스의 조조 곤잘레스 이사는 “이번 사태로 필리핀 정부는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필리핀 경제는 암흑기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밋 시큐러티스의 헨리 류 사장은 “투자자들의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아 이번 주에 투매 현상이 우려된다”며 “필리핀 종합주가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2,050선 밑으로 내려간다면 1,950까지 단숨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로유니버셜뱅크의 조나단 라벨라스 전략가는 “페소화가 가까운 시일 안에 최대 달러당 53.00페소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