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 제안] 발표전 '철통보안'

韓총리·일부 수석·비서관만 알아
연말·연초부터 직접발의 뜻 밝혀

극비리에 진행된 개헌작업. 청와대는 이를 언제부터 시작했을까.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발의의 뜻을 생각한 것은 연말ㆍ연초부터”라고 밝혔다. 개헌론을 쭉 작업을 해왔지만 대통령의 직접 발의가 공식화된 것은 불과 열흘도 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병완 비서실장의 발언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이 실장은 “지난 여름부터 올해로 접어들면서 나올 수 있는 묵은 과제와 미래 과제, 대통령 공약사항들을 정리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말했다. 개헌작업이 지난해 여름부터 서서히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 실장은 이어 “정기국회 접어들면서 검토작업이 이뤄졌지만 많은 법안이 있었고 예산문제 등이 있어서 정기국회가 끝날 무렵부터 실질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작업은 이처럼 미리부터 이뤄졌지만 9일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 담화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나왔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개헌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을 줄곧 해왔고 임기 안에 개헌 카드를 꺼낼 것이라는 관측이 줄곧 제기돼왔지만 정작 발표를 전후해서는 청와대의 이병완 비서실장 등 극히 일부의 수석ㆍ비서관들만 내용을 알고 있었다. 각료들 가운데에서도 한명숙 총리만이 사전에 언질을 받았고 여권 핵심 인사들과의 공론화 과정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성명을 발표한 후 청와대는 무려 31쪽에 이르는 장문의 참고자료를 내놓을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작업을 해왔지만 기자들 사이에서 이를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성명 발표 시점도 노 대통령이 직접 결정했으며 청와대가 각 방송사에 생중계를 요청하는 과정에서야 언론에 알려졌다. 일부 기자들은 “발표 전날 밤 이백만 전 홍보수석의 송별연 자리에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통하는 윤태영 연설기획비서관(전 대변인)이 자리를 같이하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성명발표 준비)에 있었구나”라는 탄성을 자아내기도. 청와대 핵심관계자들도 오전11시30분으로 예정된 대통령의 담화 발표 전까지 일절 언론의 전화취재에 응하지 않으며 함구로 일관했다. 노 대통령이 이처럼 극비 보안을 유지한 것은 지난 2005년 7월 대연정 제안 당시의 실수를 떠올렸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노 대통령은 당시 연정에 관한 생각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여당 고위관계자들에게 연정의 필요성을 거론했다가 여당을 출처로 언론에 보도되면서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결국 뜻을 관철하지 못했다. 대통령으로서는 개헌론이 진정성을 갖고 있음에도 다분히 정략적 판단에 의해 불쑥 꺼낸 카드라는 인식을 피하고 싶었고 대연정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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